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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근혜 몰카’ 소동, 사진 취재 ‘밀봉’ 탓?

등록 2013-01-30 15:17수정 2013-01-30 16:56

[사진마을] 사진 뒤집어보기
여당 지도부와 오찬은 풀취재 허락했다가 취소해 ‘몰카’ 소동
브라우니 인형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전달 행사는 ‘공개’
몰래카메라는 말 그대로 찍히는 사람이 모르는 상태에서 찍는 사진을 뜻합니다.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에서 웃자고 만들었던 코너에서 시작된 용어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었더군요. 외국에서 만든 여러 가지 방식의 몰래카메라가 있었더랬습니다.

몰래카메라와 유사한 개념에서 나온 용어로 캔디드포토란 것이 있습니다. 에리히 잘로먼(1886~1944)이란 사진가가 처음 발생시킨 용어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시기에 또 다른 사진가들도 이런 기법, 즉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찍는 방식을 쓰고 있었을 것입니다. 위지로 잘 알려진 아서 펠리그(1899~1968)는 미국에서 신출귀몰하게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니던 사진가이자 사진기자였습니다. 워낙 빠르게 찍었기 때문에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미처 카메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더 확장하자면 라이카 같은 소형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신속하게 상황을 찍어내는 부류가 모두 캔디드포토에 해당합니다.

워낙 빨리 찍어 찍히는 사람도 미처 카메라 존재 인식 못해

에리히 잘로먼의 캔디드포토는 국제회의, 법정 같은 곳에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카메라를 모자속에 숨기는 방식으로 촬영이 금지된 곳에서도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법정내의 촬영은 불법입니다. 그렇지만 거의 한 세기전의 인물이었던 에리히 잘로먼의 사진에 대해 불법을 거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찍힌 내용이 사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개인 누구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아니란 점이 중요합니다. 잘로먼은 매체를 위해 일한 저널리스트였고 법정이나 국제회의를 사진으로 취재하는 것이 알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포토저널리즘의 미명이었고 아직 사진취재를 범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지난 1월 24일치 다섯 개의 종합일간지에 캔디드포토같은 사진이 실렸습니다. 사진의 앵글은 조금씩 달랐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캡션에 따르면 이런 내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뒤 한 중식당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회동을 하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고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유리창 너머로 찍었기 때문에 사진의 내용이 흐리다는 대목입니다. 유리창 안에서 찍었다면 이런 효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몰래 찍은 느낌이 난다는 뜻인데 이건 좋은 점일까요, 아니면 좋지 않은 점일까요? 박근혜 당선인은 2013년 현재 뉴스가치의 핵심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일거수일투족이 사진거리가 됩니다. 사진기자들의 촉각이 곤두서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유리창 너머의 사진이라도 찍어야 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리창 안쪽의 사진이 더 생생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윤리에 어긋나는 어떤 사적인 현장이라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합니다만 당선인이 여당의 지도부와 첫 회동을 하는 자리이므로 국민의 알권리에 포함되는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기다리다 창문 너머로 찰칵찰칵, 1~2분만에 경호원이 제지

그날 사진을 찍었던 ‘인수위사진기자단’의 세 사진기자중의 한 명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날 상황은 이랬습니다.

“오찬은 비공개였는데 오찬장소가 기자들에게 알려졌다. 장소를 알았는데도 사진을 찍으러 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따라서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안에서 사진취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인수위에선 한 명만 들어와서 풀 취재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해서 기다렸다. 점심을 먹는 자리이니 어수선할 것 같다는 명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풀 취재에 응하겠다고 하고 기다린 것이다. 잠시 뒤 “한 명도 안 되겠다”란 답이 왔다. 그러다 보니 창문 너머로 상황이 보이기에 1~2분 찍었다. 경호원들이 와서 곤란하니 그만 찍으라고 제지했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인수위사진기자단’의 크레디트로 제공된 사진들이 모두 이때 유리창 너머로 찍은 사진이다.”

위의 상황을 쟁점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대통령 당선인과 여당 지도부의 첫 오찬간담회는 공적인 자리인가, 사적인 자리인가?

이날 오찬 석상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다 공인들입니다. 공인도 이런 공인이 없습니다. 앞으로 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니 당연히 공인이고 여당 지도부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오찬간담회는 어떨까요? 양쪽의 신분을 보거나 자리의 성격을 볼 때 사적인 자리라고 보이기 어렵습니다.

2. 밥을 먹는 자리이니 사진을 찍는 것은 실례일까요? 제한된 공간에선 풀 취재를 하는 것이 관례이니 이 날도 밥을 먹기 전에 인사하는 3~4분 동안에는 사진취재를 풀 취재로 허용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렇지만 공인이라 하더라도 통상 식사가 시작되면 빠져주는 것도 관행입니다. 밥 먹을 때는…….

그런데 이날 중앙일보를 포함한 다섯 개의 신문에선 박 당선인의 다른 사진을 실었습니다. 국민, 서울, 중앙, 조선일보에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고 모금회 홍보대사인 브라우니 인형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입니다. (조선일보는 식당 유리창 너머 사진과 브라우니 사진을 모두 지면에 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성금 전달식을 끝내고 나오는 사진을 실었습니다.) 브라우니는 코미디프로에서 뜬 친근한 스타캐릭터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국민들치고 브라우니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세 번째 쟁점이 등장합니다.

3. 박근혜 당선인+브라우니의 기념사진과 박근혜 당선인+여당 수뇌부사진 중에 어느 쪽이 더 호감도가 높을까요? 글쎄 인수위에서 생각이 조금 있다면 브라우니 쪽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발언 내용 전문은 이례적으로 전문 공개...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인수위에서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독자들이 보고 싶은 사진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기자들은 독자들을 위해 일합니다. 인수위 구성단계에서 인선과정이나 총리 인선과정에서 ‘깜깜이’란 지적을 받고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미지정치의 관점에서 당선인 인수위에서 통제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같은 날 여러 일정 중에서 한 장만을 골라서 쓴다는 것은 신문사의 편집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완전히 사적인 일정이 아니라면 인수위에선 박 당선인의 일정을 모두 공개하고 어떤 장면을 골라서 쓸지는 해당 언론사에 맡겨야 합니다. 장소가 협소하면 풀 취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언론사가 다 취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언론사의 취재와 편집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제한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이나 아닌지 궁금하군요. 1월 28일치 조선일보 1면 보도입니다.

“인수위는 가급적 회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던 기존 방침과는 달리 박 당선인의 발언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박 당선인은 ‘내가 (공약이나 정책을) 약속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틀에 걸쳐 공개한 박 당선인 대화록만 200자 원고지 130장, 2만6000자 분량이다” 같은 날 같은 신문 4면에는 박근혜 발언록을 갑자기 공개한 배경을 살펴본 기사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불통과 밀봉으로 생긴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고 싶은 것 아니냐는 맥락입니다.

1월 28일치 중앙일보 1면 사진입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26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열어 유엔 제재에 맞서 국가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아주 이례적인 사진입니다. 때문에 같은 날, 같은 신문의 6면 분석기사에는 이 사진에 관한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형태의 회의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일성. 김정일은 노동당 정치국 회의 등을 거쳐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이나 회의 장면도 공개하지 않았다……. 영상을 통한 이미지 정치에 능한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핵심 측근들과 숙의하는 장면을 노출한 것은 미국 등 서방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란 풀이도 있다…….앞서 김정은은 모란봉악단 공연 때 영화 ‘록키’나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관람하는 장면을 공개함으로써 개방의 이미지를 부각했었다”

인수위에서 당선인과 여당 수뇌부의 첫 오찬간담회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일이었을까요? 마침 그날 브라우니와 함께 사진을 찍는 행사가 있었다는 것은 우연일까요? 앞으로도 사진취재를 제한하는 일이 수시로 생기면 참 피곤할 것 같습니다. 물론 덕분에 우리는 에리히 잘로먼이나 위지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캔디드포토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럴만한 내용이라면 캔디드포토라도 시도해야할 것입니다. 그 옛날 전두환씨 부부가 백담사에 유배되어있을 때 사진기자들이 어떻게든 그 사진을 (몰래라도) 찍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썼던 것처럼요. 문제는 오찬간담회 정도는 그럴 사안이 아니란 것에 있습니다. 고작 악수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 밖에 없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한 장 더 보겠습니다. 23일 박 당선인과 여당의 오찬간담회 식당 바깥 풍경입니다. 세 명의 풀 기자 중 한 명이 이 사진도 찍어서 풀방(풀 기자들이 사진을 공유하는 방)에 올렸습니다. 저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습니다. 사진기자들 고생 많이 합니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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