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난입한 30대 청년. 한겨레
30대 남성 인수위 난입해 기자회견까지
청년은 기자회견장 단상에 올라 심호흡을 했다. 천천히 입을 뗐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이○○이라고 합니다. 서른한살, 83년 1월생입니다. 거주하는 곳은 경기도 안양시입니다.”
22일 오전 9시30분께 종로구 삼청동 제18대 대통령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 있던 취재진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보라색 넥타이에 반코트를 단정하게 입고 가슴엔 사랑의 열매도 달고 있는, 단아한 청년이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말씀을 전할 기회를 주신 높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국민 모두께서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데 대해, 제 한몸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걸 바쳐서 열심히, 열심히 모든 걸 다 바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악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우산이 되겠습니다.”
청년은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뛰쳐나갔다. 아무런 배경설명도 없었다. 밑도끝도 없이 ‘높은 분’을 거론하고 자신이 ‘우산’이 되겠다는 얘기에 어안이 벙벙해진 기자들이 “누구세요?”를 외치며 뒤쫓았다.
회견장 밖. 기자들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자기 이름을 어떤 한자로 쓰는지 밝혔다. “이번에 신설된 대통령 직속기관 청년위원회에서 일을 맡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원회 명칭을 제대로 대지 못했고, 위원장이 누구인지도 답하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디로부터 연락을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엔 “연락은 없다. 제가 미스터리, 미스터리, 미스터리…, 미스터리 노래가 있죠?”라고 했다.
그는 ‘정치에 꿈이 있느냐’는 질문엔 “평소 생각은 안 해봤는데, 안양시장 정도 해볼까 했는데”라고 했고, ‘당선인에게 할 말 있냐’는 말에는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사이 방송카메라가 와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입구를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묻자, 그는 “걸어서 왔다”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인수위 대변인미디어행정실이 나서 청년을 인수위 건물 안으로 데려갔다. 5분여 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함께 나와 악수를 나눈 청년은 경찰에 인계됐다. 이후 인수위 쪽은 “어떻게 들어왔는지 경위를 아직 파악하는 중이다. 청년은 귀가조처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집으로 갔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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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을 31세 이○○이라고 소개한 한 신원미상의 남성이 인수위 청년특위 위원에 임명됐다고 밝히고 있다. 인수위는 그가 인수위와 상관없는 인물이라 밝혔으며 경찰과 함께 인수위에 무단 진입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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