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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 전북 익산 금마장(오후 12시10분) 13일 - 충남 천안 농산물시장(오전 10시), 공주 유구장날(오전 11시20분),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오후 3시10분) 14일 -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오후 1시10분), 충주 차없는 거리 상가(오후 3시50분) 16일 - 경남 창원 가음정시장(오후 12시30분), 마산 동마산 시장(오후 1시20분), 사천시장(오후 4시40분) 22일 - 경기 고양 능곡시장(오후 2시50분), 의정부 제일시장(오후 4시10분) 23일 - 경북 안동 신시장(오전 11시),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오후 2시10분), 경북 포항 죽도시장(오후 3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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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23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을 찾았다. 하루 전 공개된 그의 일정표에는 재래시장만 방문 일정만 3개가 잡혀 있었다.
재래시장 방문은 최근 박 후보의 지역 방문 일정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다. 지난 12일 전북 익산 금마장 방문 이후 12일 동안 지역 재래시장 방문만 14차례에 이른다.
정치인들이 ‘민생 행보’를 내세워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시장은 전통적으로 각 지역 사람들이 오가며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다. 물가 동향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선거든 대통령 후보자나 당 지도부가 서울의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노량진수산시장, 가락시장 등 4곳을 꼭 섭렵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박 후보의 최근 재래시장 집중 방문은 야권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해, 그 대응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2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정치의 본질은 이벤트가 아니라 민생이다. 야권 단일화 과정을 보면 대의보다는 누가 더 유리한가 권력 게임일 뿐이다. 단일화 이벤트를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단일화를 ‘이벤트’로 규정하는 동시에 대표적인 ‘민생행보’인 재래시장 방문에 나서면서 ‘민생 대 이벤트’ 구도를 만든 셈이다.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시민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장 방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정 기업이나 마트를 방문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나름대로 여론이 확산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22일 방문한 의정부 제일시장은 경기도 북부로 여론이 확산·전파되는 중심지라는 게 당 전략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실효성 여부는 의문이다. 박 후보는 최근 재래시장 행보와 더불어 각종 정책을 잇따라 내놨음에도, 야권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여론의 큰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다. 재래시장 방문이 낮시간대에 이뤄지다보니, 이미 지지율이 우세한 40~50대 전업주부 이외 시민을 만날 일이 없어 득표력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박 후보 본인이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내에선 “후보의 힘만 돋워주기 위해 편하게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박 후보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민생’을 강조하지만,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목적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22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돼 그 빛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월 3일까지 확대하고 영업제한 시간도 현행보다 4시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재래시장 상인 상당수는 새누리당이 반대한 ‘투표시간 연장’ 없이는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12일 박 후보에게 미나리를 팔았던 상인 김아무개(43)씨는 <한겨레> 기자에게 “새벽부터 나와서 저녁 늦게 일이 끝나다보니 투표에 참여하기가 힘들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늦게라도 투표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