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사를 사과하자, 문재인·안철수 대선후보들은 각각 환영한다고 평하면서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쪽 우상호 공보단장은 24일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환영하면서도 “제대로된 화해의 기준은 몇 마디 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에 있다”며 선을 그었다. 우 단장은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진상 규명, 명예 회복이 매우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국가적 사과까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 후보의 인식”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국회 차원의 유신헌법 무효화 결의안에 박 후보가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만을 보였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대 무인차량로봇 연구센터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과거 고통스런 역사에서 배워 이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모두 그런 마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쪽 유민영 대변인은 “이제는 대립구도를 넘어서서 모두 같은 마음으로 화해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내일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사과에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너무 늦은 사과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사과가 늦었다. 안할 수 없었겠지만 지지율 떨어지니까 한 것이라 진정성이 없다. 이걸로 만회되는 상황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이미 끝났다”고 지적했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진정성이 어디 있는가. 지지율이 다 역전된 뒤에 하는 소리다. 정말 하기 싫은데 더러워서 한다는 거 아닌가. 박 후보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하는 명분 정도 주는 것”이라며 의미를 일축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오늘 메시지를 앞으로 어느만큼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자기와 불편한 사람들과 과감하게 접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 정치인 등은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 발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노회찬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hcroh)에 “박근혜 후보의 사과는 쿨하게 받아들여야죠. 그러나 우리가 겪어봐서 알지만 금연 약속과 금연 실천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특히 흡연경력 50년씩 된 경우라면”이라며 비꼬았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u_simin)에 “딸이 아버지 무덤에 침뱉기를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박근혜씨가 딸이 아니라 대통령후보로서 역사 앞에 선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박후보님,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는 바로 그 싸움 속에서 열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truthtrail)에 “5·16, 유신은 ‘헌법가치를 훼손’한 정도가 아니고 내란죄, 군반란죄 등 헌정파괴의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 훼손’이 아니라, 고문죄 및 살인죄를 저지른 것. 가치평가의 쟁점이 아닙니다”라고 비판했다.

공연기획자 탁현민도 자신의 트위터(@tak0518)에 “박근혜의 사과를 환영한다. 자 다음은 책임만 지면 된다”고 짧게 글을 남겼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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