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은 “사랑합니다” 구호 외쳐
“인면수심, 환영하지 않습니다.”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이런 내용의 팻말을 든 2명이 각각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저 길 건너 가로수에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를 인용한 펼침막도 걸려 있었다. 펼침막엔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고 적혀 있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이날 노 전 대통령 참배 등을 위해 봉하마을에 오는 데 대한 반대시위였다. ‘인면수심’ 팻말을 든 고아무개씨는 “박 후보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이 있는 만큼 먼저 사과를 하고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부산 지역 회원이라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정봉주 전 의원을 상징하는 파란색 수의와 하얀 고무신 차림에 ‘비비케이(BBK)’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소금을 한쪽에 앉아 있었다. 소금 한 자루를 들고 온 그는 “싫기는 해도 (박 후보가) 오는 것을 막을 순 없다. 가고 나면 소금이라도 뿌려야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엔 부산·창원·김해 등 인근 지역에서 온 박근혜 후보 지지자 200여명이 운집해 있었다. 이들은 1인시위 중이던 두 사람에게 “집어치워라”고 했고 “노무현이 이래서 욕먹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가 박근혜님 보러왔지, 묘역 보러 왔는 줄 아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후보 지지자들은 소금 자루를 들고온 남성이 수상하다며 현장의 경찰과 새누리당 당직자 및 기자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박 후보가 도착하기 전 경찰에 소금 자루를 압수당했다. ‘스베틀라나 펼침막’도 누군가에 의해 철거됐다.
오후 4시께 박 후보가 모습을 나타내자,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위원장님, 사랑합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1인시위 중이던 이아무개씨가 박 후보를 향해 팻말을 들어보이며 “여기가 어디라고 옵니까. 대통령을 죽인 한나라당을 반대합니다”라고 외치자 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씨를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팻말이 내동댕이쳐지기도 했다.
김해/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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