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합동연설회 앞두고 40분만에 연설문 수정
‘최초의’ 표현 드러내…박정희 대통령 의식한듯
‘최초의’ 표현 드러내…박정희 대통령 의식한듯
‘박정희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는 ‘○○한 최초의 대통령’이란 표현을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2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깨끗한 정부’를 강조하며, “저 박근혜, 부패의 고리를 끊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이 문장은 행사 시작 20분 전인 이날 오후 2시40분께 기자들에게 보내온 연설문에 담긴 문장과 같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2시에 보내온 연설문은 달랐다. 먼저 보내온 연설문에는 “저 박근혜, 부패의 고리를 끊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쓰여 있었다. 여기에 견주면, 나중의 연설문은 다른 부분은 모두 두고 ‘최초의’라는 어절만 들어낸 셈이다. 발송 시각을 보면, 이를 빼기로 한 결정은 2시부터 2시40분 사이에 전격적으로 내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급작스럽게 ‘최초의’를 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박 후보가 ‘부패의 고리를 끊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한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시의 사회 혼란, 부패한 정치·언론, 북의 남침 위협 등을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으로 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한 대통령’이라면 5·16도 일으킨 근거를 잃게 된다.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줄곧 5·16의 정당성을 항변하고 있는 박 후보로서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는 즉각 논란의 진화에 나섰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같은 결정의 배경을 묻는 <한겨레> 기자에게, “박 후보 본인이 최종적으로 원고를 검토하면서 ‘최초의’라는 표현을 빼라는 결정을 내렸다. 야당을 비롯해 시비를 걸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며 “오전중에 (‘최초의’가 빠진) 최종 원고가 확정됐지만 실수로 그 이전 단계의 원고가 발송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소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빼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캠프 내에서는 최종본이 아닌 원고가 기자들에게 발송된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산/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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