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 원장이 27일 오후 총학생회 초청 강연을 위해 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학교 문화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다시 말문연 ‘안철수식 정치’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 쇄신하게 만들 것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의 가치관이 더 소중”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 쇄신하게 만들 것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의 가치관이 더 소중”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이틀 앞둔 27일 이른바 ‘안철수식 정치’ 이야기를 쏟아냈다. 대선 관련 내용이 많지만 여야를 모두 겨냥한 내용이어서 총선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을 대립과 갈등의 구도로 치르려는 여야 양쪽에 경고를 보내면서 자신의 정치행보를 차별화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정치를 하더라도 어느 한 진영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당분간 독자적인 대선 행보를 펼칠 가능성을 시사한 것 같다.
■ “특정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겠다” 안 원장이 이날 서울대 강연에서 “정치에 참여를 한다면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가정법의 형태지만 정치참여와 관련한 그의 발언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다. 참여 여부를 넘어 구체적인 정치행보의 방법을 꺼냈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정치참여에 필요한 두 가지를 전제로 걸었다. 하나는 자신이 정치할 자격이 있느냐의 문제고, 두번째는 자신에게 정치인으로서의 책무가 주어지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자격 문제는 대중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그는 대선주자 가운데 1위다. 두번째 사회적 책무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여야가 쇄신 노력을 잘하면 제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여야를 싸잡아 과거에 집착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세력으로 비판했다. 지금의 여야가 쇄신하지 않고 있으니 현실 정치에 자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여야가 구태를 답습한다면, 안 원장은 현실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올라가야 한다” 안 원장은 “누가 정권을 잡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올라가야지, 승리하는 데만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풀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계층간 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도 하나 없으면 누가 정권을 잡아도 국민들 관심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의 여야 대선주자들은 그런 능력이 없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자신은 그런 능력을 가졌다는 자신감도 읽힌다. 사회적 갈등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안 원장이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같이 진행했던 ‘청춘콘서트’에서 끊임없이 강조했던 바다. 총선 이후 여야 대선주자들의 상황을 봐가며 대선 레이스에 참여할 가능성을 강하게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또한 이날 강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시대정신’과 바람직한 권력상에 대한 생각도 비쳤다. 그는 시대정신을 많은 이들이 공감한 영화와 책에서 찾았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와 한국 재벌들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가 조정래씨의 <허수아비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대중들이 정의에 목말라하고 대기업의 문제점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사람들이 대기업의 문제점에 대해, 양극화가 심해지는 경제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나 드라마 <대물> 등을 빗대서도, 사람들을 생각하는 검사, 그리고 국민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내주는 대통령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봉사하고 몸 바치는 권력을 이야기한 것이다.
■ “이데올로기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가치관” 안 원장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이야기하며 “영화 줄거리가 저처럼 반공교육을 열심히 받은 사람에겐 충격적”이라면서도 “800만명이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국군 패잔병과 북한군 탈주병이 힘을 합쳐 강원도의 가상의 마을 ‘동막골’에 들어온 미군들을 쫓아내는 내용이다. 안 원장은 “한마디로, 이제는 더이상 이데올로기나 조직의 체계 논리보다 각자 개인이 가진 가치관이 더 소중하다”며 “우리의 소중한 가치관을 억누르고 억압하는 조직은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의 이념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이태희 김외현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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