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을 실행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한겨레 자료 사진
“옛날엔 이상득 눈치, 지금은 현직 검찰이라 눈치 봐”
조국 교수 “민간인 불법사찰은 헌정문란 중대범죄”
조국 교수 “민간인 불법사찰은 헌정문란 중대범죄”
민간인 사찰 사건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기소된 장진수 전 주무관이 14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쪽으로부터 입막음 명목의 2천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으며 공금으로 청와대에 정기 상납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검찰은 이 사건의 수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며, 청와대가 주도한 국가적 조직 범죄라는 비판이 드세다.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엠비정권 비리특위위원장)도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전 주무관의 녹음 파일과 관련해서 한 개가 더 있긴 하다”면서 “검찰의 움직임을 보고 공개여부를 판단할 생각인데 검찰이 굉장히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재수사 주저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박영준 전 차관이나 그 위의 이상득 형님이라든지 눈치를 본다면 지금은 당시 민정수석이 현 법무부 장관이고, 민정수식설에 있던 사람이 지금 현직 검찰로 다시 돌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수사에 가담했던 검사들이 사건을 알고도 장 전 주무관의 진술에 의하면 누군가와 통화를 해서 진술서도 누락하고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예를 들면 대포폰과 관련해서 최종석 행정관의 연루사실을 담당 수사검사가 다 알고 있는데도 대포폰과 관련된 5차 진술서는 아예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장 전 주무관이 공직윤리지원관리관실의 특수활동비 일부를 떼어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매달 전달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는 “이것은 더 이상 용서해서는 안되는 국기문란 사태”라고 지적하고 “특히 실질적으로 일을 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윤리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의 어떤 소굴이라고 할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검찰 재수사와 특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는 15일 트위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은 헌정문란 중대범죄”라고 지적하고 “검찰은 일차수사에서 어영부영 덮었다. 사건 은폐에 물증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종 변호사도 트위터에서 “청와대가 직접 수사대상이 됐다”면서 “‘청와대게이트’가 됐으니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이 3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민간인 사찰 사건 은폐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 개입했다는 의혹 자료를 들어 보이며 최종석 전 행정관과 이영호 전 비서관에 대한 즉각적인 소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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