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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사주가 ‘돈 심부름꾼’ 전락

등록 2005-07-23 03:03수정 2005-07-24 15:04

22일 공개된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테이프 녹취록을 보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해야 할 언론사주가 ‘돈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사 사장이 1997년 대선 때 매형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를 받고, 직접 소매를 걷어붙인 것이다.

홍 전 사장은 10월7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두명이서 15개(15억원으로 추정)를 운반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30개는 무겁더라구. 이번에는 셋이서 백화점 주차장에서든지 만나가지고…”라고 말했다. 이전에 거액의 돈을 직접 운반한 경험이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며, 발언 이후에도 돈 배달에 직접 참여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귀공자풍의 외모에 세련된 매너로 무장된 홍 전 사장이 라면상자 10개가 넘는 분량의 돈다발을 운반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데도, 홍 사장은 몸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홍 사장은 또 9월9일 이 본부장을 만나 “이회창 대표를 만나 앞으로 돈 문제에 대해서 누구를 창구로 했으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를 지정하길래, 내가 좀 불편하니 이회성(이 대표의 동생)씨가 어떻겠느냐니까 ‘그럴까’랬는데, 그 다음날 이회성씨로부터 오리발이 필요하다고 해서 2개를 차에 실어보냈다”고 이회창 후보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말했다. 여기서 ‘오리발’이란, 받고도 오리발을 내밀 수 있는 현금을 의미하는 정치권의 속어다.

홍 사장은 이와 함께 “서상목씨가 우리가 지원해줬으면 하는데, 대충 11억원이 소요되는 것 같은데 도와줘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해, 이 본부장으로부터 즉석에서 “그러지요”라는 답변을 듣는다. 정치권이 이건희 회장에게 자금조달을 요청할 때 그 창구가 홍 사장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 회장은 이 모든 돈 전달의 주역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관련 후보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정치자금을 제공해온 혐의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나는 몰랐다”며 사법처리를 피했다. 이학수 본부장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나라당 등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회장은 무혐의처분됐다. “대선자금을 제공한 심증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당사자들이 부인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홍석현 대사, 언론사 특파원 만나 해명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도청테이프 파문의 핵심 주역인 홍석현 주미 대사는 21일(현지시각) “지금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점심 무렵과 오후 늦게 기자들을 만난 그는 두 눈 주위가 약간 충혈됐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도청테이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래된 일이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도청된 장소인 ‘신라호텔’에 대해 “내가 자주 가던 곳이긴 하다”며, “그 무렵 이학수씨와는 가끔 보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두고 “여기 올 때도 뜻대로 된 게 아니다. 앞으로도 큰 흐름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내 인생에 어느 게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홍 대사 대화를 담은) 도청테이프가 문제가 된다고 보나’라는 질문엔 “생각하는 바가 있지만 맞지 않을 수도 있어 말하지 않겠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고…”라고 대답해, 뭔가 짚이는 데가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안기부 도청사건 보도가 터지기 전인 지난 12일에도 “김대중 정권 초기에 안기부에서 녹음테이프 수백개가 흘러나와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중에 나와 관계된 것만 요즘 (소문이) 나도는 건 이상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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