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 부결까지
보수정당들, 7개월여 임명 막고 이념 공세
보수정당들, 7개월여 임명 막고 이념 공세
헌법재판소에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한 헌법 취지는 색깔론과 ‘레드콤플렉스’ 장벽을 넘지 못했다. 9일 국회의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부결 파동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경직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는 지난해 6월1일 조용환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했다. 같은 달 2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 그렇게(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고,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확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질문엔 선뜻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법률가임을 강조하며, “제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아무래도 ‘확신’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국가보안법에 대해 “국가라는 게 존재하는 한은 그런 법(체제를 지키기 위한 법)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정당성에 의문이 없는 법을 좀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등 보수정당들은 이튿날부터 조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거론한 ‘정치적 편향성’이란 표현 뒤에는 색깔 공세가 도사리고 있었다. 6월30일로 예정됐던 인사청문특위 회의에 보수정당이 불참하면서 심사보고서 채택 및 임명안 처리는 무산됐다.
민주당은 자세를 낮췄다. 여야 의원 모두에게 편지도 보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여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우선 처리하려 들었다. 야당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먼저’라며 반발했고, 표결 시도는 두 차례 무산됐다.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는 9월21일 본회의에서 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여당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우선 처리 요구를 수용했다. 야당이 먼저 양보할 테니 여당도 양보해달라는 기대가 담긴 양보였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임명된 뒤에도 ‘천안함 발언’을 문제삼는 여당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10·26 보궐선거와 여당의 내홍, 그리고 야권의 통합이 이어지면서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또다시 5달 가까이 표류했다.
민주당은 줄곧 ‘6년 만의 야당 추천 몫인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국회 추천 몫인 3명이, ‘여 1명, 야 1명, 여야 합의 1명’이라는 관례에 근거한 것이었다.
조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토는 관습법에 가까운 그동안의 관행을 깨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각종 공직자의 경우 여야가 서로 인정해주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정 사상 이런 관례가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의 반대로 조 후보자의 임명이 무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겪은 7개월여 재판관 부족의 파행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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