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향해 “서민생업 침범 자제” 비판했다가
일주일만에 “기업 위축되도록 하면 안된다” 발언
누리꾼 “애초에 친재벌에서 한발짝도 떨어진 적 없어”
일주일만에 “기업 위축되도록 하면 안된다” 발언
누리꾼 “애초에 친재벌에서 한발짝도 떨어진 적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향해 “서민생업 침범을 자제하라”고 비판했다가 일주일 만에 “기업이 위축되도록 하면 안 된다”고 말을 바꿔 오락가락한 행보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3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성장이 줄면 고용이 걱정되는데, 기업들을 너무 위축시키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며 “요즘 모든 정치 환경이 기업들을 위축되도록 만들고 있는데 결코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치적 이해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지만,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이날 발언은 국무회의 의제와 무관하게 나온 것이어서, 작심하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정치권에서 잇따라 재벌의 탐욕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견제하려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종인 비대위원에게 강력한 재벌개혁안 마련을 주문하는 등 ‘좌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고, 민주통합당도 이번 총선의 주요 정책 과제로 ‘재벌 과세 강화’ 등 재벌개혁을 천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기업 두둔 발언은 지난 25일 대기업들에 “서민생업 침범을 자제하라”고 말한 것과도 모순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재벌들이 빵, 물티슈, 순대 등으로 마구잡이로 사업을 확장한 것을 놓고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메시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관련해선 개척정신 없이 소상공인 영역에 침범하는 측면을 지적한 것”이라며 “기업도 고쳐야 할 건 고쳐야 하지만, 너무 몰아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jb_1000)에 “MB께서 재벌 개혁을 정치적인 이해에 따른 정략으로 매도하셨군요”라며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꼬이는 것이 경제’라는 정몽준 의원과 한통속이네요. 재벌 왕가에서 가신과 왕자로 성장한 이들에게 ‘재벌개혁 DNA’나 ‘복지 DNA’는 아예 없는 모양입니다”라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오락가락한다”는 비판과 함께 “본래의 정체성이 친재벌”이라고 평가했다. 누리꾼 ‘kkotdd***’는 <인터넷한겨레> 기사 댓글에 “국정 최고책임자답지 않은 어물전 시장의 장돌뱅이 같은 발언”며 “왜 이랬다저랬다 자꾸 말을 빙빙 돌리고 딴소리를 늘어놓느냐”고 말했다.
‘s88***’는 MB 밑에 일하는 사람은 힘들겠어.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할지 이해하기가 힘드네”라며 “어차피 골목상권 철수 후 대기업 지원은 이미 대기업 골목상권 진입 전부터 계약된 시나리오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썼다.
트위터 이용자 ‘dduk***’는 “이도저도 안 되니 이젠 대놓고 본인에게 이로운 쪽으로 붙으셨군요”라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비꼬았다. ‘ovel***’는 “이랬다 저랬다 라기보다는 원론적인 조율”이라고 말했고, ‘ojk***’는 “뼛속까지 친재벌”이라고 썼다. ‘Kmueh***‘는 “애초에 그쪽(친재벌)에서 한발 짝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낫겠죠”라며 MB의 친재벌 정책을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안일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꾸짖는 이들도 있었다. ‘wannbe1***’는 “머리가 나쁜 거야 아님 상황의 심각성 모르는 거야 재벌이 한국의 최대 리스크”라고 말했고, ‘zing***’는 “선거에 임하는 국민의 마음 해이해질 까봐 채찍질하시네”라고 지적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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