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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측근 비리 때문? 최시중 돌연 사퇴

등록 2012-01-27 18:58수정 2012-01-27 22:37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방통위 기자실에서 사퇴 회견문을 읽다가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방통위 기자실에서 사퇴 회견문을 읽다가 잠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방통위원장 3년10개월만에
측근 비리 의혹과 방송장악 책임론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전격 사퇴했다. 2008년 3월26일 방통위원장을 맡은 지 3년10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제 모든 육체적 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사퇴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양아들로 꼽혀온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의 비리 의혹이 주요하게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씨는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과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등에 관여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최 위원장은 “(말은)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며 정씨 관련 의혹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속내를 비친 뒤 “(비리 의혹으로 방통위) 주요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런 해명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도 있다. 과연 측근의 비리 의혹만으로 최 위원장이 사퇴 결심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정씨 의혹과 함께, 자신을 향해 시시각각 증폭되는 여러 의혹이 맞물리면서 퇴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 위원장은 정씨를 2008년 7월 정책보좌역으로 기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요청해 ‘개방형 직위에 관한 특례 규정’까지 고쳤다. 두 사람은 서로 감추는 게 없는 막역한 사이란 게 중론이다. 정씨에게 쏠리는 의혹이 바로 최 위원장에게 날아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방통위를 그만둔 뒤 외국으로 나가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최근엔 최 위원장이 정씨를 통해, 국회에서 언론관계법이 날치기 처리된 직후인 2009년 9월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에게 500만원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돈봉투’ 속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 내부 인사들의 외국 출장 때에도 종종 ‘용돈으로 쓰라’며 수백만원의 돈봉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후임과 관련해, 새 위원장이 직무를 맡게 될 때까지 최 위원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거나,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홍성규 부위원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한 여권 소식통은 “후임 방통위원장으로는 <에스비에스>(SBS) 출신의 송도균 1기 방통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전육 전 방송위원,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등이 후보로 압축됐다”며 “현재론 다음달 중 후보를 선임해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는 게 여권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어 “최씨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은 추악한 권력형 비리이다. 정치적 심판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철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사법적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도 국정조사를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최 위원장 사퇴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꼬리자르기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귀순 구본권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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