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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윗선도 전달자도 모두 잡아떼…‘돈봉투’ 진실게임 빠지나

등록 2012-01-12 21:29수정 2012-01-12 22:32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당시 대표후보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한 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당시 대표후보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한 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
연루자들 모두 “난 아니다”
박희태·김효재 등, 고승덕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
구체적 증언에도 ‘물증 찾겠나’ 판단속 버티기
고 보좌관 “돈 안건넸다”면서 “돌려받아 썼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것으로 거명되는 주요 인사들이 하나같이 해당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3년이 지난 일인데다, 확실한 물증이 없을 것이란 판단 아래 당사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고승덕 의원이 지목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시종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8일 검찰 조사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 판사 출신인 고 의원이 검찰에서 작성한 진술조서는 67쪽 분량이다. 고 의원의 진술이 매우 상세하다는 얘기다. 박 의장이 “당시 개인 명함을 돌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명함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고 의원은 “직함이 없이 한자로 특정인(박희태)의 이름 석자만 적힌 이른바 명절 때 선물에 넣는 명함이었다”며 거듭 박 의장을 지목했다.

고 의원에게 돈봉투 반환 뒤 전화를 걸어온 인물로 지목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언론에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고 의원과 만난 적도, 말을 섞어본 적도 없다. 사실에 입각해 보도해 달라”는 것이다. 고 의원은 8일 검찰 조사에서 누구인지 분명히 진술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언론에는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고 의원은 “당시 박 대표 측 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그래서 돈봉투를 보낸 사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의원의 여비서에게 돈봉투를 건넨 전달자로 검찰이 지목한 고아무개 보좌관(41·당시 박희태 대표 비서)도 혐의를 부인한다. 그는 12일 이틀째 검찰 조사에서 “돈을 건넨 사실이 없다”며 “돈봉투를 (고 의원 쪽으로부터) 돌려받은 뒤 개인적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달하지도 않은 돈을 자신이 받아,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도용했다는 말이어서 상식적으론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고 보좌관 쪽 한 인사는 “전당대회 다음날이라 정신없어 돈인 줄도 모르고 봉투를 받았고, 명함이 없어 수첩에 자기 이름을 써줬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혹을 사는 이들이 ‘모르쇠’ 내지 비상식적 이유를 대고 있는 데는 나름이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승덕 의원 쪽의 기억에 의존한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함으로써 ‘면피’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3년 전 사건이어서 노란 봉투, 돈가방 등의 물증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전화 통화 기록도 1년치만 보존되는 상황이다. 검사 출신 한 의원은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에서 뭐가 나오지 않으면 몇가지 대목을 놓고 진실게임을 하다 끝날 것”이라며 “고 보좌관이나 실무진 몇몇은 기소할 수 있지만 그 위로 올라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 보좌관 등 실무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혐의나 의혹을 인정할 경우 ‘윗선’이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질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 보좌관은 자신의 ‘개인 착복’임을 강조하며 사건을 ‘덤터기’ 쓰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정을 담당했다는 조정만 국회의장실 정책수석의 계좌에도 흔적이 없을 경우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고아무개 비서가 당시 돈을 돌렸다는 얘기는 나도 들었다”며 “그러나 그가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자금 출처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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