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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결혼식 앞뒀던 딸 “아빠 왜 이러는거야”
여장부 부인도 “하느님 저한테 왜” 절규

등록 2011-12-30 21:12수정 2011-12-30 22:47

투병 지켜본 가족들
경직, 느림, 불안한 자세, 손떨림.

말년의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보였던 모습은 전형적인 파킨슨병 증상이었다. 하지만 몇년 동안 치료를 받아오면서도, 최근까지 파킨슨병 환자라는 걸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정계 은퇴를 입에 담아본 적 없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약점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10월께부터는 또다른 병마가 그를 덮쳤다. 그는 잘 다니던 동네에서 길을 잃었고, 멀쩡히 길을 가다 주위에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가족들은 그저 고문 후유증이라 여겼다. 해마다 가을이면 그는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김 상임고문은 과거 고문을 받았던 계절이 올 때마다 힘들어했고, 그게 가을이었다. 뒤늦게 11월 말 엠아르아이(MRI) 촬영을 했다. 딱딱하고 차가운 철판에 누운 채 움직이지 말라는 주문에서, 그는 ‘짐승의 시간’을 떠올리며 괴로와했다. 결과는 더욱 힘들었다. 뇌정맥의 혈전이 발견됐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시작했다. 이번엔 뇌출혈이 생겼다. 혈전과 출혈이라는 상반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니 치료가 어려워졌다. 경련과 발작에 시달렸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부인 인재근씨는 “김근태를 살려달라”고 간곡한 기도를 올렸다. 학생운동 때부터 함께한 동지로, 수감 때면 ‘밖에 있는 김근태’를 자처했던 여장부의 면모를 잃고 “하느님, 저한테 왜 이러시냐”며 절규했다.

이 무렵 딸 병민씨의 결혼식이 있었다. 병민씨는 병상의 아버지 손을 붙잡고 “아빠,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땐 이미 의식이 없었다.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파킨슨병 투병 및 입원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축하와 위로의 의미를 모두 가졌던 결혼식엔 하객이 많이 몰려들었고, 병민씨가 흘린 눈물로 신부 화장이 다 지워졌다. 인재근씨는 “하느님이 김근태를 통해 민주주의를 보여주시려 했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딸에게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라도 했냐”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 상임고문은 2차 감염으로 폐렴에 걸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또다른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27일부터 그의 폐와 간, 신장 등 장기들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고, 29일엔 의료진이 가족들을 긴급히 불러 정오를 넘길 수 없다는 얘기를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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