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이희호씨 조문단서
임동원·박지원 끝내 배제
북은 “정부실무진 오면 조문”
남, 부담느껴 안가기로
임동원·박지원 끝내 배제
북은 “정부실무진 오면 조문”
남, 부담느껴 안가기로
남북 당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남한 쪽 조문단의 범위를 놓고 협량한 태도로 연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남북 당국이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2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남조선(남한) 당국이 각계층의 조의 방문길을 악랄하게 가로막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이번 조의 방해 책동이 북남관계에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우리는 남조선 각계층의 조문방문길을 막아나서는 자들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든 우리의 최고 존엄을 엄중히 모독하는 특대형 범죄자로 낙인하고 두고두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온 겨레는 이번에 남조선 당국의 도덕적 한계뿐 아니라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평통 대변인의 문답은 지난 23일 조평통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남쪽 민간단체의 조문 전면 허용과 남쪽 당국에 ‘응당한 예의(조문)’을 요구한 것보다 발언의 격도 높을 뿐 아니라, 어조도 격해졌다. 이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정부의 조문 관련 조처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일체의 조문이나 조의를 불허했던 94년에 비해 나아진 것도 사실 아니냐”며 “시점상으로도 북한의 발표는 26일 조문 방북을 앞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행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속좁은’ 행동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통일부는 24일 그간 논란이 일었던 이희호씨 쪽의 조문단 구성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 대표를 포함하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통일부의 조처는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향후 남북관계 정책 수립에 필요한 김 위원장 사후 북쪽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두 사람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송정호 우석대 교수는 “정치인들을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원칙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같다”며 “급박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희호씨와 현정은 회장의 조문단에 정부 실무진이 포함되지 않은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북쪽은 협의 과정에서 정부 실무진도 방북하면 조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남쪽 정부는 이에 부담을 느껴 실무진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식 교수는 “애초 남쪽이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냈으면 깔끔하게 해결됐을 일”이라며 “그렇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북쪽이 정부 실무진에게 조문을 요구해 얻을 것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송정호 교수는 “남북 당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남북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을 보이면 주변 강대국의 개입으로 남북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용인 기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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