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지원·금강산 관광 계속 금지땐 관계개선 쉽잖아
정부 “북한 천안함 사과가 먼저” 공식 입장 변화 없어
정부 “북한 천안함 사과가 먼저” 공식 입장 변화 없어
“대북 관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22일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최종적 책임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있다.”(22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
그간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던 이명박 정부가 역설적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에 잇따라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직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다.
우선, 정부 고위층들이 대북 관계 개선 메시지를 던졌지만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만한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는지는 좀더 지켜보자는 전문가가 많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발표 이후 닷새 동안 정부 행보를 보면, 남북관계 개선으로 향하는 폭과 속도에선 여전히 제한적이다. 정부 조문단은 보내지 않기로 했고, 민간 조문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게만 허용했다. 정부 관계자도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새로운 대북 정책 콘셉트를 검토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북한이 먼저 변화를 보였으면 하는 희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 및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22일 ‘전향적인’ 발언조차도 보수층의 반발을 의식해 하루 만에 뉘앙스가 달라진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 나와 “북쪽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논의 없이 대규모 식량지원을 고려할 형편이 아니고 그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정부는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대규모 식량지원을 금지한 5·24 조처를 해제)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사과 요구를 철회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대북 대응으로 지난해 5월24일 △대규모 식량지원 금지 △남북경협 중단 △금강산 관광 재개 불허 등의 조처를 발표했고, 북한은 그간 물밑 접촉이나 민간 채널 등을 통해 이의 철회를 이명박 정부의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정부가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고위급 회담을 북쪽에 제안하고 5·24 조처를 서서히 풀어야 한다”며 “내년 1월을 놓치면 남북의 정치 일정상 관계 개선의 계기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 통일·외교 안보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충돌로 일관성 있게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통일·외교 장관 등은 대북 정책 유연성의 폭과 속도를 넓히자는 쪽이지만,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쪽은 대북 강경론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좌장이 없는 상태에서 대북 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주요국들이 북한 체제 안정화를 위한 협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대남 관계에서 북한이 먼저 나서서 열심히 하자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쪽이 주도권을 쥐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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