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퇴진 압박하고
황우여·이주영·김장수는
최고위원회의 불참 시사
대표직 유지 명분 사라져
황우여·이주영·김장수는
최고위원회의 불참 시사
대표직 유지 명분 사라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선출된 지 다섯달 만에 결국 ‘퇴출’ 일보 직전의 상황에 내몰렸다. 8일 ‘재창당 쇄신 카드’로 당 안팎의 ‘지도부 퇴진’ 공격에 맞선 반전을 시도했지만, 비슷한 시각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홍준표 체제 와해’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창당 준비위원회 발족 등 쇄신대책을 쏟아냈다. 그는 “당 대표로 있는 동안 이 쇄신작업에 매진하겠다. 대안이 마련될 때까진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회견 내내 단호한 표정이었다. 홍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직을 동반사퇴하며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압박한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전 최고위원의 행위를 ‘권력투쟁’으로 규정해 반격했다.
하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했다. ‘홍준표 체제로는 더이상 안된다’는 박 전 대표의 뜻이 전달된 때문인지 당내 대부분의 세력이 홍 대표의 쇄신안을 외면하는 흐름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홍 대표의 쇄신안을 논의하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내대표가 불참할 경우 러닝메이트인 이주영 정책위의장 역시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지명직인 김장수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최고위원 9명 가운데 3명만 남게 돼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어 홍 대표의 쇄신안은 부결된다. 대표직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쇄신파도 홍 대표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아무리 훌륭한 얘기도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빛이 나기도, 바래기도 한다”며 “어떠한 쇄신과 변화도 홍 반장(홍 대표의 별명)이 주도하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적었다. 남경필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추락한 상태”라며 “홍 대표는 동문서답할 게 아니라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게 할 일”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전면 등판 결심을 공개하는 순간,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 의원들도 일제히 ‘반홍’ 대오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저녁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를 묻자 “그럼 정지작업을 해줄 것”이라며 “(다만) 후임자한테 부담이 없도록 추진해온 로드맵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 도저히 감당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당 구성원들에게 대안을 내달라고 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즉각 퇴진을 하지 않고, 일정 기간 자신이 대표로서 직접 당 안팎의 쇄신, 공천개혁, 재창당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홍 대표는 고비마다 ‘재신임’ 카드를 던지며 정면돌파해 ‘생명’을 연장해왔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의 지난 7일 동반사퇴로 지도부 해체 압박이 거세지자, 홍 대표는 당일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견일 경우 따르겠다며 사실상 재신임을 내걸었다. 지난달 29일 쇄신연찬회에서 ‘재신임’을 구한 지 여드레 만이다.
하지만 그의 승부수도 더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 자신도 지난달 29일 쇄신연찬회에서 “박 전 대표가 복귀해 당을 쇄신하고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이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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