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4분의 1만 참석 민주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어두운 표정으로 연설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배숙·정범구·최규성·강기정·신학용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FTA 날치기’ 대응 무기력
국민들 분노목청 높아지자
국회보이콧 등 선언했지만
총선 앞두고 예산 욕심에
원내복귀론 커져 갈팡질팡
국민들 분노목청 높아지자
국회보이콧 등 선언했지만
총선 앞두고 예산 욕심에
원내복귀론 커져 갈팡질팡
“원외투쟁을 하자니 동력이 안 모인다. 총선에 정신 팔린 의원들은 한 푼이라도 예산을 따내고 싶어 한다. 더구나 공천권도 없는 현 지도부 말을 듣겠는가?”
24일 민주당 한 당직자의 얘기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야5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연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전체 87명 가운데 2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대부분 자리를 떴다. 저녁 7시부터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정동영 최고위원이 유일했다. “전체 의원께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주시기 바라고, 보좌관 2명 이상 필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소집령’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손학규 대표는 심한 감기 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한-미 에프티에이 날치기 직후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원외투쟁과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당내에는 벌써 국회 일정 복귀를 바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원내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일단 주말 촛불집회에 당력을 집중한 뒤 여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예산 심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류도 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보이콧이라기보다 최소한의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처리 방안을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 차이가 한나라당의 날치기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원외투쟁론’과 ‘원내복귀론’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어정쩡한 상황은 당 지도부가 자초한 것이다. 사무총장인 정장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한-미 에프티에이 문제와 예산은 별개로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과 대선이 있고, 서민층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을 여당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기 때문에 한-미 에프티에이 문제와는 별개로 국회에 들어와서 야당으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정장선 사무총장과 손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동철 의원은 여야 6인 협상파 모임에 참여하는 등 손 대표와 다른 소리를 낸 지 오래다. 당내에는 이들이 당직을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손 대표 쪽은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며 외면했다. 한 의원은 이를 두고 “핵심 당직자들이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며 “야당 의원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비준동의안 날치기 과정에서 무기력함의 극치를 보여준 김진표 원내대표의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도 높다. 한 초선 의원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할지, 원외투쟁에 집중할지,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김 원내대표가 번번이 한나라당과 합의만 강조하다가 한나라당에 당한 뒤 방향을 바꾸려다 보니 혼선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김외현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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