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의원과 권영진 의원
황영철 반대…김성식 등 7명 기권
찬성 남경필 “외통위원장 거취 고민”
찬성 남경필 “외통위원장 거취 고민”
“의원총회 때 예산 관련 발언만 하던 중에 갑자기 본회의장에 입장하라고 했다. 대부분 의원이 (무슨 뜻인지) 감을 잡았고, 난 동의할 수 없어서 바로 의총장을 나왔다.”(홍정욱 의원)
“본회의에 들어갔다가 최루탄이 터지고 싸움판이 되려고 해서 나왔다.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석할 수 없었다.”(권영진 의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기습적으로 직권상정 처리된 22일, 당내 협상파 가운데 두 의원만 자의로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홍 의원은 “(이런 처리 방식은) 정말 아니다. 쇄신의 여지가 너무 안타깝다”고, 권 의원은 “국민에 대한 도리로 거부한 건데, 그것도 비판한다면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나머지 협상파 의원들 가운데 임해규(재선)·김성식·김성태·신성범·성윤환·정태근·현기환(이상 초선) 의원도 표결에 참여했으나 기권했다.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만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 협상파는 지난해 말 결성한 ‘국회바로세우기모임’ 등 20여명이 중심이다. 당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할 경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했다. 당 쇄신의 일환으로 정치문화 개선을 위해 여야 타협에 주력한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 위원장도 포함된다.
협상파는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안의 물리적 처리에 반대하며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구실을 해왔으나, 이날 강행 처리로 그간의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준안 처리 뒤 남경필 위원장은 “도저히 합의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권영세 의원은 “약속을 어기진 않았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준안 처리 뒤 남 위원장과 임해규·정태근·김성식·김세연·주광덕·황영철 의원 등 일부 협상파는 따로 모여 향후를 전망하기도 했다. 즉각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기로 했다. 남 위원장은 “민주당 협상파 의원에게 미안하다. 위원장 거취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로 10일째 국회 의원회관 안에서 농성을 해온 정태근 의원은 “저희 노력이 최선이었으나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의회주의 살리는 길은 18대 국회에서는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로 단식을 끝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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