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도는 명단 근거없이 언론 보도에 미뤄 짐작
‘반대파는 쇼’ 발언 김진표 원내대표 대한 비난 거세
‘반대파는 쇼’ 발언 김진표 원내대표 대한 비난 거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 내 협상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여당이 이에 반색하자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민주당 에프티에이(FTA) 찬동명단’이라는 명단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누리꾼 @du0***이 작성한 17명 명단, @hoo*********이 사진으로 올린 14명 명단, @eha**이 작성한 6명 명단 등 종류도 다양하다. <딴지라디오>도 절충안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 16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한겨레>는 명단에 오른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공개적인 해명을 모아 에프티에이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에프티에이 반대라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인하며 “찬동, 반대 등 이분법적 구분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어떤 명단도 서명을 했다는 명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민주당에서 공개되거나 드러난 서명자 명단은 아직 없는 상태다. 다만 명단에 오른 인물들로 미루어 보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상을 미국이 약속하면 비준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협상파’로 구분된 이들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14명과 17명 명단에 올라있는 송민순 의원의 경우 “전혀 사실무근이다. 서명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상론을 내놓은 민주당의 한 의원이 주변 의원들에게 한나라당과 절충을 하고 있으니 동의해주겠냐고 묻다가 지도부에서 제동이 걸려 일단 멈추기로 한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송 의원 같은 경우 통화조차 한 적 없지만 기존 입장 때문에 명단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보완대책을 강화한다면 국가 미래를 위한 여러 측면을 감안할 때 에프티에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명단에 오른 의원들 가운데 박병석·정범구·원혜영·우윤근 의원은 “반대 입장에 변함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최인기 의원실 관계자는 “동참을 제안 받기는 했지만 농업 등 피해 보는 산업에 대한 확실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강봉균·김동철·김성곤 의원은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쪽이다. 이들은 에프티에이를 둘러싼 각종 요소들을 고려할 때 협상 자체를 찬동으로 낙인찍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강봉균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에프티에이 반대 입장은 변함 없다. 다만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면 피해를 받는 쪽인 농민에 대한 지원 약속들도 위태롭기 때문에 협상에 나서자는 것”이라며 “지역구 농민회 등에는 이런 입장을 이미 전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강봉균 의원실 관계자는 “서명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철 의원실 관계자는 찬동 명단에 대해 “제물로 삼아서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옳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곳보다 많이 연구해 왔다고 자부한다. 제일 좋은 것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제거하는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것을 고집하면 결국 몸싸움이라도 해서 막아야 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피해보기 위해 미국 쪽 확답을 받아온다면 몸으로 막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김진표 원내대표의 발언 등은 민주당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강경파 주장은 (한-미 에프티에이의) 내용도 잘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게 선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한 당 지지자들에게 ‘쇼’ 한 번 보여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에) 짓밟히는 쇼 한 번 하고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선대인 소장이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 동조하는 김진표 내년 낙선운동 제안한다”는 글은 폭발적으로 재전송(리트위트)됐고, “진정한 한나라당 2중대” “김진표를 공천하면 그걸로 민주당 전체를 평가하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트위터 상 분위기는 ‘찬동 명단’에 오른 의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옮아갔다. 다수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19대 총선에서 어떻게 되는지 봅시다”, “생쥐같은 놈들” 등 각종 비난을 쏟아냈다. 일부는 “막느라 고생하는 분들에게까지 억울한 누명을 씌우진 말자”고 사실 확인을 먼저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민주당 내 협상파 의원들도 자신의 소신을 걸고 판단을 하는 것이고, 유권자들도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명단을 만들어 돌리는 것은 가능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실과 다른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협상도 반대의 연장이라는 민주당 협상파의 주장을 누리꾼들은 사실상 비준을 하자는 찬성론으로 본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을 무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부각되면서 한-미 에프티에이가 안고 있는 다른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밀려나는 점도 경계해야 될 부분이다.
권오성, 김외현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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