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원 전원에 편지…야권 “색깔론 동원해 비준 압박”
청와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움직임을 ‘반미 선동’ ‘김일성 폐쇄경제 지지’ 등으로 규정하는 색깔공세를 펴 파장이 일고 있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한나라당 의원 168명 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문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철저히 문을 닫았던 김일성의 선택과 문을 활짝 연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유무역과 투자 보장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아이에스디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며 “가치는 타협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싸워 획득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수석은 특히 “에프티에이가 반미 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다. 이들의 진짜 목표는 아이에스디가 아니라 미국에 있다”며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를 ‘반미 운동’으로 규정했다. 김 수석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거짓이 어떻게 진실을 압도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청와대가 색깔론까지 동원해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을 촉구하고 나서자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아이에스디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미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색깔론을 끌어들이는 것이 정무수석의 역할인지 모르겠다”며 “강행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북한까지 끌어들이는 정무수석의 헛소리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망발” “미국의 앞잡이”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김 수석을 비난하면서 “정무수석이 이렇게 친미사대편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국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안창현 김외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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