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효재 정무수석 서한파문
김 수석 “ISD는 지켜야할 가치”
여당 지도부도 조속처리 공언
내부서는 비판 목소리 나와
김 수석 “ISD는 지켜야할 가치”
여당 지도부도 조속처리 공언
내부서는 비판 목소리 나와
청와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색깔론’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나왔다. 미국이 이를 비준한 마당에 더이상 야권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결의의 표시지만, 지나친 논리 비약과 거친 언사로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여당도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168명 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문을 걸어 닫은 김정일의 선택과 문을 활짝 연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인”이라며, 한-미 에프티에이를 반대하는 건 북한 체제에 찬성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분법을 제시했다.
야권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 제’(ISD)에 대해선 “자유무역과 투자 보장의 근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식으로 보면,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최종적으로 아이에스디를 협정문에서 뺀 오스트레일리아도 ‘반자유무역 국가’가 되는 셈이다. 그는 “아이에스디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며 “(가치는) 싸워 획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몸싸움을 해서라도 강행 처리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정무수석이 쓴 글이니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이처럼 강하게 나온 것은 그만큼 조급증과 절박함이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방미 때 미국 의회의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이라는 ‘선물’을 받아왔는데, 우리 국회 때문에 내년 1월1일 협정 발효라는 목표를 지키지 못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쇄신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적’을 만들어 여권의 결속력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여당 쇄신파 의원 25명이 전날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요구한 서한을 이 대통령한테 전달했을 때, 청와대는 “에프티에이 처리가 우선”이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청와대의 이런 강경 분위기가 전해진 때문인지 한나라당 지도부도 조속한 처리를 공언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더이상 한-미 에프티에이를 늦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안에선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8~9일께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열어 의결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 수석의 편지로 야당의 반발이 더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수석의 편지는 사실상 여당 의원들에게 ‘날치기’ 처리를 독려하고 지시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어 여당의 결속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어 보인다. 한 최고위원은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할 이유를 몰라 못하는 것이냐”며 “이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다녀와 쇄신파 연판장 때문에 불편한 것에 면피용으로 벌인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안창현 임인택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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