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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협정 직권상정 전례 없어…한나라당 딜레마

등록 2011-11-03 20:19수정 2011-11-07 18:38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① “여건도 여론도 안좋다” 강행처리 후폭풍 우려
② ‘물리력 반대’ 선언 의원 22명등 내부동력 고민
③ ‘직권상정 제한법’ 발의한 황우여·남경필 부담
④ “때가 아니다” 박희태 의장도 총대 메기 꺼려
3일 본회의 미루고 ‘장기전’ 태세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전날 비준안이 한나라당 주도로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 기습 상정되어 긴장 수위가 높아진 것과 달리, 3일엔 상임위와 본회의도 한나라당의 주도 내지 동의에 따라 열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동당(민노당) 의원들의 외통위 전체회의실 점거를 이유로 들며 “오늘은 외통위를 열지 않겠다. 그러니 회의장을 열고 정상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점거가 계속될 경우를 묻자 남 위원장은 “정상적 사고와 행동을 하도록 촉구하고 기다리겠다”고만 말했다. 당장 밀어붙이지 않고 시간을 더 갖겠다는 태도다. 국회 본회의는 오는 10일, 24일 예정돼 있다. 경우에 따라선 24일까지 비준안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 위원장은 “2일 외통위에서 표결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며 물리적 충돌 우려, 야당의 강행처리 유도 전략 등 때문에 안 했다고 말했다. 한 고위 당직자의 설명은 좀더 적나라하다. “어제 처리했으면 남경필도 죽고 당도 죽었다. 지금은 여건이 안 되어 있고, 여론도 아직 안 좋다”는 것이다.

이는 여론 후폭풍에 대한 염려뿐 아니라, 내부 동력이 충분히 모아지지 않았다는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물리적 의사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국회 바로 세우기 모임’ 의원이 22명이다.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위원장, 김세연·구상찬·홍정욱 외통위원 등이 속한다. 이들은 3일 “지난해 결의엔 변함이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몸싸움이 아닌 표결처리 방식으로, 비준안을 외통위에서 처리한 뒤 전원위나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무제한 토론을 갖고 최종 표결로 처리하자”는 입장을 새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사이엔 최종 표결이 안 될 경우 약속을 깨고서라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고, 당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당은 본회의 ‘직권상정 카드’도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처리의 원칙은) 국익을 해치면 안 되고, 국회의 품위와 새 정치 모습을 잘 연출해야 한다는 두 가지”라며 “여야가 완전히 상충될 땐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셈이다. 법안이 아닌 협정이 직권상정된 전례부터가 없다. 게다가 홍정욱 의원이 올 초 대표발의해 운영위에 계류중인 ‘직권상정 제한법’(국회법 개정안)에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위원장, 김세연·구상찬 의원 등 14명이 동참해 있다. 홍 의원은 이들과 함께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대해서는 어떠한 직권상정에도 반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이란 총대를 먼저 나서 메길 꺼리는 눈치다. 그는 이날 “직권상정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가능성에 대해) 있다 없다는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 지지 여론이 65%는 나와야 가능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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