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성토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가운데)이 31일 저녁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채 외통위 회의실 문을 걸어잠그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다가 야당 의원들에 막혀 무산된 뒤 회의실 앞에서 야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외통위 긴장감 고조
여야 의원 30여명 대치속 경위들과 몸싸움
두시간만에 회의 포기…야 한밤 점거 농성
여, 외통위 생략하고 3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
여야 의원 30여명 대치속 경위들과 몸싸움
두시간만에 회의 포기…야 한밤 점거 농성
여, 외통위 생략하고 3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31일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위원장이 오후 6시30분께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 여당의 강행처리 가능성이 점쳐지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여야의 협상이 깨지면서 여당의 비준안 처리가 가시화된 오후 5시30분께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리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도착했고, 뒤이어 민주당 의원들도 속속 합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준안 처리에 직접적인 표결을 행사할 외통위 위원 15명이었고, 야당 의원들은 다양한 상임위 소속 의원 30여명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외통위 전체회의장으로 통하는 문을 겹겹이 막았다. 맨 안쪽엔 여성 의원들이 자리잡았고, 그 앞쪽으로 남성 의원들이 섰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경위들을 대동해 전체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회의실엔 속기사가 미리 대기중이어서, 개회만 되면 즉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남 위원장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서면서 국회 경위들과 옷을 잡아당기고 몸을 밀치는 등의 몸싸움이 있었다. 경위 1명은 김선동 민노당 의원과 머리를 부딪쳐 가벼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의 경호권도 아니고 질서유지권일 뿐인데 경위들이 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사이 위원장실 밖에선 미처 들어가지 못한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 보좌진 등 100여명이 북적였다. 앞서 국회 사무처는 20여명 규모의 풀 기자단을 꾸리도록 요구했지만 풀 기자들의 위원장실 진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야당 당직자들은 “기자들이 들어가야 국민이 알 수 있지 않겠느냐. 밀실 처리는 안 된다”고 국회 사무처에 항의하기도 했다.
언론의 취재조차 봉쇄돼 위원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트위터였다.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의원, 민주당의 김유정 의원과 김진애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알렸다. 강기갑 의원은 “외통위 경위권 발동하여 상임위 외 의원들 못 들어오게 물리적으로 막고 있음. 간간이 몸싸움 일고 있음”이라고 적었다. 김유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 외통위 입구에 막고 서 있습니다. 경위들이 떼로 있어서 숨쉬기도 힘듭니다. 힘 모아 주세요”라고 현장 상황을 트위터로 중계했다.
여야 대치가 두 시간가량 이어진 뒤 7시30분께 남경필 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것이란 생각에 회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외통위 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자리를 떴다.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만 남은 가운데,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취재진을 향해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민주당과 야당들을 매도하는 말을 쏟아놓고 간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기습 처리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밤부터 외통위원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외통위 처리 절차를 생략한 채 오는 3일 본회의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의뢰해 비준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여당 비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가운데)과 야당 의원들이 31일 저녁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저지한 뒤 즉석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를 협정 비준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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