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외조부가 친일파였다는 의혹 제기가 온라인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친일 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토대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홍신학원을 세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이는 동명이인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빚어진 오해로 밝혀졌다.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나경원(후보)의 외할아버지가 고 정희영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 악명 높은 일본 순사였다. 이런 행위로 축적한 많은 재산으로 사위인 나채성(이사장)에게 홍신학원을 설립시켜준다” “나경원 외할아버지 정희영이 친일파 순사이면서 돈을 엄청나게 모아서 그 돈으로 지었다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사실인가요?” 따위의 글들이 오르내리며,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나 후보의 17대 국회 당시 친일파 재산환수법 미서명,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 참석 등의 이력이 또다른 근거로 간주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나 후보의 외조부 정희영씨는 1919년 서울생으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1900년생 정희영(충남)씨와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나 후보의 외조부 정아무개씨로 일본강점기 철도국에서 근무한 공무원 출신으로 해방 후 퇴직하고 삼화건설주식회사를 차렸다. 이때의 재산이 홍신학원의 종자돈이 됐다. 1973년 4천44만8800원의 초기자산으로 나 후보의 부친인 나채성씨가 설립한 홍신학원의 초대이사장이 됐다. 홍신학원 연혁을 보면 “고인이 되신 정희영 전 이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1973년 6월 18일 학교법인 홍신학원을 설립, 행정구역상 김포지구 312구획인 이곳 내발산동 일원에 13,000여 평의 학교용지를 매입하여 연건평 6,400여 평에 해당하는 교사를 신축하였다”고 적고 있다.
정씨의 아들은 홍신학원 초대 이사를 맡았고, 딸은 현재까지 홍신유치원장을 맡고 있는 나 후보의 모친 정효자씨다.
누리꾼들이 추궁하는 친일파 정희영씨는 1900년 6월 충청남도에서 태어났다. 1922년 1월 충남 순사로 임용, 일선서에 있다 승진을 거듭하면서 1928년 충남 경찰부 고등경찰과 순사, 이듬해 고등경찰과 순사부장이 됐다. 1937년 12월 퇴직했다. 창씨개명도 했던 이다.
따라서 관련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이런 허위사실 유포는 공직선거법·형사법(명예훼손) 등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임인택 김지훈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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