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타선거구 시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권락용 한나라당 후보.
10·26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한나라당 후보가 ‘야권 심판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야권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기치로 내건 ‘정부·한나라당 심판론’과는 정반대 구도다.
경기도 성남시 타선거구(수내1·2동, 판교, 운중, 백현동) 시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권락용(29·사진) 한나라당 후보는 최근 집집마다 배송한 홍보물에서 “이번 보궐선거를 왜 치릅니까. 분당을 전국적으로 망신시킨 이숙정 시의원 때문입니다”라며 “그녀는 지방선거에서 야5당 단일후보였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된 이숙정 전 성남시의원은 올초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주민센터 직원에게 행패를 부린 게 알려져 논란이 된 뒤, 민노당을 탈당하고 의원직에서 제명됐다.
권 후보 쪽은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를 실시하게 된 책임은 야당에 있다. 또 기회를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게다가 판교의 개발이익금은 판교 지역에 쓰여져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시장이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선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한 채 각개 전투중인 야권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동령(38) 민주당 후보는 “이숙정 전 의원 개인의 인격에 관한 문제를 당이나 세력의 문제인 양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별한 경력도 없는 20대 대학원생을 후보로 내는 한나라당은 과연 문제가 없는가”라고 말했다. 홍형표(44) 국민참여당 후보는 “중앙정부의 실정으로 비난받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그런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성남시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재명 시장이 시정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 차원의 결정으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민노당의 김미라 성남시위원회 대변인은 “지난해 선거에서 민노당이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그와는 별개로, 이를 빌미로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한나라당 심판론을 폄하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런 논리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