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나경원 후보 검증] 의혹과 쟁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쪽은 상대 후보인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무소속)에 대한 검증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 쪽은 상대적으로 검증을 통한 네거티브 공세에 소극적이지만, 선거전이 달아오르면서 나경원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도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나 후보에 대한 검증 포인트는 재산 증식, 사학 재벌 집안 출신, 장애인 관련 활동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 장애인 지원 활동이 지역구 활동으로 둔갑? 나경원 후보가 2004년 초선 의원이 되고 가장 앞장선 일은 국회연구모임인 ‘장애아이 위캔’ 결성이다. 나 후보는 ‘장애아이 위캔’의 취지를 이어 지난해 7월1일 비영리법인 ‘사랑나눔 위캔’을 설립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의 등록허가를 받은 법인인데, 사실상 개인 후원회 성격으로도 이용됐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들이 있다.
나 후보는 사랑나눔 위캔의 이사장으로 초기자산 5000만원과 함께 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활동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문화부에 신고했다. 법인 허가 신청 당시, 사무실의 주소지를 나 후보 지역구인 중구 장충동1가의 제일상호저축은행빌딩 401호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곳은 올해 8월까지 2년여 동안 나 후보의 지역사무실로 사용됐고, 한때 제일상호저축은행 쪽으로부터 공짜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던 곳이다.
대표발의 법안 14건 그쳐
“주요당직자로 바삐 활동” 이 건물 관계자는 “위캔 직원이 오거나 해당 사무실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며 “나경원 사무실이 8월 초 신당2동으로 이사갔고 지금은 비어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 법인 담당자는 “해당 용도의 사무실, 정관, 초기자본 등이 있어야 법인으로 허가된다”며 “서류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허위 신고’다. 실제 사무실이 없는 가운데 법인 등록 허가를 받은 것이다. 나 후보 쪽은 2010년 8월초 여의도에 사무실을 구해 입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인 등록 주소지가 바뀔 경우 반드시 신고 변경하도록 되어 있다. 나 후보 쪽은 문제가 불거지자 “등기 이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법인 설립 이후 현재까지 1년 이상 ‘주소지 허위 등록’ 상태였던 셈이다. 나 후보의 보좌관 출신 김아무개씨는 최근까지 사랑나눔 위캔의 정책국장을 맡다 지금은 선거를 돕고 있다. 취재진이 법인에 전화해 김씨를 찾자 “잠깐 밖에 나갔다”고 말했고, 김씨는 “9월 초에 그만둔 상태로 선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랑나눔 위캔 사무실은 여의도에 있다. 지난 10일부터 서아무개 비상근 사무총장에게 수차례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과 후원금 규모, 출처 등을 물었으나 답을 주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11~12일 사무실은 잠겨 있었다.
나 후보 쪽 이종현 공보특보는 “2010년 7월 말 여의도 사무실 계약을 하고 8월 초 입주했다”며 “이후 등기 이전을 못한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원금 규모나 사용내역 등에 대해선 “공시의무가 있는 단체가 아니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딸을 둔 나 후보가 입법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제도적으로 개선한 것은 드물다는 평가도 있다. 17~18대에 걸친 8년 동안 전체 발의된 장애 관련법 2685건(12일 현재) 가운데 나 후보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14건이다. 인신보호법, 특수교육진흥법, 모자보건법, 형사소송법 등에 장애 관련 조항이 하나라도 포함된 법안을 모두 셈한 것이다. 그 가운데 법안명에 직접 ‘장애’가 포함된 법안은 2009년 10월 발의한 장애성년후견법안 1건이다. 나 후보는 지난 10일 토론회에서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다시 주목받는 사회복지법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는 패널의 질문에 “나는 17대 국회 때 정신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에 특별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법안을 내놨다”고 말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었는데, 통과되진 않았다.
■ 재산 증식을 둘러싼 논란 나 후보의 재산 증식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4년 4월 나 후보가 남편과 공동명의로 17억원에 구입했다가 지난해 1월 30억원에 팔아 6년 만에 13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서울 중구 신당동 상가 건물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4번 출구에서 30여m 떨어진 해당 건물은 지하 1층에 유흥주점, 1층에 여성복·스포츠용품 매장, 2~3층에 의류제작업체 등 5개 매장이 있다.
신당동 상가 13억 매매차익
“지역구 오해 살까봐 팔아” 나 후보가 큰 차익을 남긴 반면, 당시 세입자들은 임대비 인상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한겨레>가 10~11일 만난 이곳 세입자들은 “건물을 내놓는다는 말 한마디 없이 건물을 팔았고, 새 주인이 월세를 올렸다”고 말했다. 2008년 5월께 입주한 한 세입자는 “우리가 건물 매각 피해자”라며 “지난해 5월 재계약하면서 기존 월세 165만원을 220만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세입자도 “현재 입주한 지 3년째인데, 당시 계약기간이 만료도 안 된 상태에서 건물이 팔리는 바람에 160만원 월세가 220만원으로 늘었다”며 “작년에 시장 출마 목적으로 급하게 팔았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 계약분을 인계받아 10% 이상 올리면 안 되는데, 그 이상 올렸다”며 “매출도 줄고 장사도 안 되는데 월세만 올라서, 내년 5월 계약이 만료되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급격히 오른 데에는 나 후보가 건물을 소유할 당시, 주변 시세에 견줘 한동안 낮은 월세를 유지해줬던 덕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 세입자는 “월세가 좀 싼 대신, 페인트도 세입자들이 직접 칠하는 등 관리가 전혀 안 됐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이 건물을 매입한 시점은 17대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을 사흘 앞둔 때였다. 박원순 후보 쪽은 “공직선거에 나온 후보가 건물이나 보고 다녔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부동산 투기로 거액의 재산을 증식한 분이 서울시장이 돼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말한다.
되판 시점을 두고도 해명이 명쾌하진 않다. 나 후보는 12일 한 방송에서 “해당 건물을 계속 보유하고 싶었지만, 지역구 내에 건물을 소유한 건 지역구 관련 공약을 낼 때 상당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매각했다”며 “(그 전에)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시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18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지 2년째였다.
지난 6일 서울시 선관위에 신고한 나 후보의 재산은 40억5757만원이다. 2004년 등원 당시 신고액 18억9126만원보다 갑절 이상 늘었다.
■ 사학 이사 재직중 사학법 개정 반대
나 후보는 2005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학법 개정을 앞장서 반대할 당시 사학의 이사로 재직중이었다. 나 후보는 2001년에 학교법인 홍신학원의 이사로 취임해 현재 세번째 임기 중이며, 이번 임기는 2014년 2월까지다. 김행수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나경원 후보가 자신의 이해가 얽힌 법안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신학원 관계자는 “나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로는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올해 이사회에는 네번 다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학법 개정 반대때 이사
“당론 결정에 따랐을 뿐” 나 후보의 아버지 나채성(73) 홍신학원 이사장이 교사들에게 나 의원 후원금을 내도록 종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신학원 소유 학교 관계자 여러명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나 의원의 아버지인 이사장이 교장과 친재단 성향의 교사들에게 ‘다른 교사들이 나 의원한테 후원금을 내도록 권유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교사들이 연말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행정실에 낸 후원금 영수증으로 누가 후원금을 냈는지 재단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교사들이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사들이 정치인에게 기부를 하거나, 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나 후보 쪽은 “후원금을 내도록 종용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 이사장은 다수의 가족과 친척을 홍신학원 학교에 취직시켰다. 나 후보의 어머니 정효자씨는 1984년 홍신유치원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나 후보의 동생은 홍신유치원 교사다. 나 후보 사촌동생의 남편은 화곡고 행정실장, 사촌인 나아무개(39)씨는 화곡고 영어교사, 사촌 나아무개(30)씨는 화곡중 행정실 직원이다. 임인택 김지훈 김효진 기자 imit@hani.co.kr
“주요당직자로 바삐 활동” 이 건물 관계자는 “위캔 직원이 오거나 해당 사무실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며 “나경원 사무실이 8월 초 신당2동으로 이사갔고 지금은 비어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 법인 담당자는 “해당 용도의 사무실, 정관, 초기자본 등이 있어야 법인으로 허가된다”며 “서류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허위 신고’다. 실제 사무실이 없는 가운데 법인 등록 허가를 받은 것이다. 나 후보 쪽은 2010년 8월초 여의도에 사무실을 구해 입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인 등록 주소지가 바뀔 경우 반드시 신고 변경하도록 되어 있다. 나 후보 쪽은 문제가 불거지자 “등기 이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법인 설립 이후 현재까지 1년 이상 ‘주소지 허위 등록’ 상태였던 셈이다. 나 후보의 보좌관 출신 김아무개씨는 최근까지 사랑나눔 위캔의 정책국장을 맡다 지금은 선거를 돕고 있다. 취재진이 법인에 전화해 김씨를 찾자 “잠깐 밖에 나갔다”고 말했고, 김씨는 “9월 초에 그만둔 상태로 선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 의혹과 해명
“지역구 오해 살까봐 팔아” 나 후보가 큰 차익을 남긴 반면, 당시 세입자들은 임대비 인상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한겨레>가 10~11일 만난 이곳 세입자들은 “건물을 내놓는다는 말 한마디 없이 건물을 팔았고, 새 주인이 월세를 올렸다”고 말했다. 2008년 5월께 입주한 한 세입자는 “우리가 건물 매각 피해자”라며 “지난해 5월 재계약하면서 기존 월세 165만원을 220만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120-4번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04년 4월 17억원에 사 2010년 1월 30억원에 팔았다는 건물 전경.
류우종 기자 wjryu @hani.co.kr
“당론 결정에 따랐을 뿐” 나 후보의 아버지 나채성(73) 홍신학원 이사장이 교사들에게 나 의원 후원금을 내도록 종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신학원 소유 학교 관계자 여러명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나 의원의 아버지인 이사장이 교장과 친재단 성향의 교사들에게 ‘다른 교사들이 나 의원한테 후원금을 내도록 권유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교사들이 연말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행정실에 낸 후원금 영수증으로 누가 후원금을 냈는지 재단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교사들이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사들이 정치인에게 기부를 하거나, 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나 후보 쪽은 “후원금을 내도록 종용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 이사장은 다수의 가족과 친척을 홍신학원 학교에 취직시켰다. 나 후보의 어머니 정효자씨는 1984년 홍신유치원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나 후보의 동생은 홍신유치원 교사다. 나 후보 사촌동생의 남편은 화곡고 행정실장, 사촌인 나아무개(39)씨는 화곡고 영어교사, 사촌 나아무개(30)씨는 화곡중 행정실 직원이다. 임인택 김지훈 김효진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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