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저자 사인회에 손님으로 참석해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김외현 기자
박경철 책 사인회 참석…순번표 뽑아 줄을 서 기다려
‘절친’의 행사장이었지만 에누리는 없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73번이었다.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책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리더스북) 지은이 서명 행사는 시작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안 원장은 오후 2시50분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는 질서 유지를 위해 주최 쪽에서 나눠준 순번표를 순서에 맞춰 받아들었다. 173번이었다. 안 원장은 자신의 번호에 맞춰 길게 늘어선 줄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 원장도 박경철 원장 ‘팬’의 한 사람으로 서명 행사 줄에 합류한 것이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선 안 원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현장엔 신문·방송·인터넷 기자 몇 명 뿐이었지만, 어느새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그에게 기자들은 쉼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안 원장은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답했다. 평소보다 안 원장의 말이 많았던 것은, 최근엔 항상 움직이는 안 원장을 쫓아가던 기자들이 오랜만에 가만히 서 있는 안 원장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 뿐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몰려들자 안 원장은 도저히 줄에 서 있지 못할 형편이 됐다. 얼마 뒤 시민 한 명이 ‘책에 서명을 해달라’며 안 원장에게 책을 내밀었고, 그 뒤 너도나도 서명을 해달라며 모여들었다. 결국 박경철 원장의 서명 행사가 진행되는 계단 윗쪽에 안철수 원장의 즉석 서명 행사장이 마련됐다. 4시20분께 주최 쪽은 안 원장에게 순서를 알려왔고, 그제야 안 원장은 박경철 원장에게 다가갔다. 박 원장은 안 원장이 내민 책에 ‘안철수 선생님, 어떤 길을 가시더라도 그 길이 옳으십니다’라고 적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두터운 동지애를 확인했다.
서명을 받고 나선 안 원장은 “친구 서명 행사장에 와서 되레 제가 200~300명에게 사인을 해드린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안 원장은 행사장을 떠났고, 더이상 기자들에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들과 <청춘콘서트>를 함께했던 방송인 김제동씨도 이날 행사장에 참석했다. 김제동씨 또한 주최쪽이 마련한 번호표를 뽑아들고 대기 줄에 함께 섰다. 당연하지만, 어디서도 ‘특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다음은 안철수 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 박원순 후보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메일을 주고받았다는데, 어떤 내용 보냈나. “기억은 잘 안나는데 어쨌든 열심히 하시겠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저도 원래 처음 생각하셨던 바 이루셨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하시라고 그렇게 보낸 것 같다. 하루에 메일을 워낙 많이 쓰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기억은 잘 안난다.” -혹시 간접적인 도움 요청은 아니었나. 공식적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은 없었나. “그동안 이메일 많이 주고받았는데, (박 후보와는) 에둘러 말하는 사이 아니다. 요청하려면 직접 요청하겠다는 말씀을 하실거다. 아직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 -도와달라는 요청 오면 도울 의향 있으신가. “그때 가서 고민해보겠다.” -한나라당의 확장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입장은 그대로이신건가. “서울시장 건은…, 원래 잘못한 사람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면, 그 다음에 다시 또 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인정을 받거나, 또는 자기 역할을 못한다면 또 다른 쪽으로 넘기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역사가 발전하는 거잖아요. 그런 뜻입니다.” -박원순 후보가 그런(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고 믿는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해 일조할 뜻은 있으신가. “여기 박경철 원장과 마찬가지로 제가 믿는 분 중의 한 분이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 바란다. 이제는 제가 직접적으로 당사자는 아니니까.” -투표권은 있으신가. “있다.” -누구 찍으실 건가. “(아무 말 없이 웃음 짓고 있다가 기자가 ‘박원순 후보 찍을 것인가’라고 묻자) 당연하죠.” ■ 박근혜 전 대표 평가 -현실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 원장의) 대립 구도인데… “제 의도와 상관없이요?(웃음)”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박원순 후보가 도움을 요청하면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민해봐야겠죠. 아직 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먼저 에둘러서 고민하고, 전 그런 타입은 아니다. 그러진 않는다.”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데? “저는 정치인 워딩 잘 모른다. 그건 확실히 아셔야 된다. 저는 있는 그대로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이 부담되진 않으신가? 어느 순간부터… “그런데 전 정치 인터뷰하러 온 것도 아니고, 전 정치인도 아닌데, 왜 그런 걸 물으시나. (웃음) 저랑 상관 없잖아요.” -일전에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정치인이냐고 생각하냐’고 묻자 “훌륭한 정치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가? “정치적으로 물어보면 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으로 물으신다면 원칙 있고 좋은 분이란 생각은 같다.” -역사적으로는 어떤 평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으로 물어보시는 데 대해서만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분인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 대리전으로, 결국 아바타끼리의 대결이란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언론의 평가겠죠.” ■ 개인 근황 -(현재 여의도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이유는 기자들 때문이신가. “카이스트에서 일할 때는 대전에 살았다. 서울에서 여러 일 때문에 오피스텔을 구했다. 작업용으로. (현재 집이) 짐 다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데는 아니다. 이번에 서울대로 오면서 집을 새로 집을 찾고 있다. 석 달 걸려서 전셋집 계약하고 옮길 때가 된 거다. 지금 여의도 그 장소는 대전에서 살던 사람이 서울에 와서 업무용 공간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거처할 환경은 아니었다.” ■ 동지 박경철 … -박경철 원장의 책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린다. “굉장히 힘든 와중에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안다. 정말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다. 청춘콘서트 할 때, 정말 힘들게 지냈다. 혓바늘이 돋았다 터졌다 돋았다 터졌다 여러번 반복할 정도로 힘들어서 다른 것 할 엄두도 못 냈다. 저 친구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책을 쓰고 있었더라. 새벽부터 라디오 방송,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강의, 청춘콘서트, 그리고 집에 가서는 쉬지 않고 책을 썼더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서 왔다. 평일엔 못 오니까, 일요일이고 해서 왔다.” -박경철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기를 바란건가. “그런 건 아니다. 제가 저 친구를 아는데,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지, 자기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본인 마음은 모르죠. 어떤 판단은 있었을 수 있는데, 저한텐 자기 의견을 이야기 안 했다. 믿고 지켜보는 거다. 제 판단을.” -박원순 후보가 재산과 병역 등과 관련해 시달리는 것이 있는 것 같던데. 또한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되는 입장에서 부담은 없으신가. “제가 서울시장 고민할 때 시민들의 반응이나 열망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서로 흠집내기 경쟁을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건 한 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예전 선거와 똑같은 양태로 가는 걸 시민들이 바랄까. 오늘 오신 김에 물어보시라. 정치하는 분들이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 정리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박원순 후보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메일을 주고받았다는데, 어떤 내용 보냈나. “기억은 잘 안나는데 어쨌든 열심히 하시겠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저도 원래 처음 생각하셨던 바 이루셨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하시라고 그렇게 보낸 것 같다. 하루에 메일을 워낙 많이 쓰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기억은 잘 안난다.” -혹시 간접적인 도움 요청은 아니었나. 공식적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은 없었나. “그동안 이메일 많이 주고받았는데, (박 후보와는) 에둘러 말하는 사이 아니다. 요청하려면 직접 요청하겠다는 말씀을 하실거다. 아직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 -도와달라는 요청 오면 도울 의향 있으신가. “그때 가서 고민해보겠다.” -한나라당의 확장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입장은 그대로이신건가. “서울시장 건은…, 원래 잘못한 사람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면, 그 다음에 다시 또 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인정을 받거나, 또는 자기 역할을 못한다면 또 다른 쪽으로 넘기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역사가 발전하는 거잖아요. 그런 뜻입니다.” -박원순 후보가 그런(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고 믿는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해 일조할 뜻은 있으신가. “여기 박경철 원장과 마찬가지로 제가 믿는 분 중의 한 분이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 바란다. 이제는 제가 직접적으로 당사자는 아니니까.” -투표권은 있으신가. “있다.” -누구 찍으실 건가. “(아무 말 없이 웃음 짓고 있다가 기자가 ‘박원순 후보 찍을 것인가’라고 묻자) 당연하죠.” ■ 박근혜 전 대표 평가 -현실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 원장의) 대립 구도인데… “제 의도와 상관없이요?(웃음)”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박원순 후보가 도움을 요청하면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민해봐야겠죠. 아직 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먼저 에둘러서 고민하고, 전 그런 타입은 아니다. 그러진 않는다.”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데? “저는 정치인 워딩 잘 모른다. 그건 확실히 아셔야 된다. 저는 있는 그대로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이 부담되진 않으신가? 어느 순간부터… “그런데 전 정치 인터뷰하러 온 것도 아니고, 전 정치인도 아닌데, 왜 그런 걸 물으시나. (웃음) 저랑 상관 없잖아요.” -일전에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정치인이냐고 생각하냐’고 묻자 “훌륭한 정치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가? “정치적으로 물어보면 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으로 물으신다면 원칙 있고 좋은 분이란 생각은 같다.” -역사적으로는 어떤 평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으로 물어보시는 데 대해서만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분인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 대리전으로, 결국 아바타끼리의 대결이란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언론의 평가겠죠.” ■ 개인 근황 -(현재 여의도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이유는 기자들 때문이신가. “카이스트에서 일할 때는 대전에 살았다. 서울에서 여러 일 때문에 오피스텔을 구했다. 작업용으로. (현재 집이) 짐 다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데는 아니다. 이번에 서울대로 오면서 집을 새로 집을 찾고 있다. 석 달 걸려서 전셋집 계약하고 옮길 때가 된 거다. 지금 여의도 그 장소는 대전에서 살던 사람이 서울에 와서 업무용 공간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거처할 환경은 아니었다.” ■ 동지 박경철 … -박경철 원장의 책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린다. “굉장히 힘든 와중에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안다. 정말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다. 청춘콘서트 할 때, 정말 힘들게 지냈다. 혓바늘이 돋았다 터졌다 돋았다 터졌다 여러번 반복할 정도로 힘들어서 다른 것 할 엄두도 못 냈다. 저 친구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책을 쓰고 있었더라. 새벽부터 라디오 방송,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강의, 청춘콘서트, 그리고 집에 가서는 쉬지 않고 책을 썼더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서 왔다. 평일엔 못 오니까, 일요일이고 해서 왔다.” -박경철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기를 바란건가. “그런 건 아니다. 제가 저 친구를 아는데,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지, 자기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본인 마음은 모르죠. 어떤 판단은 있었을 수 있는데, 저한텐 자기 의견을 이야기 안 했다. 믿고 지켜보는 거다. 제 판단을.” -박원순 후보가 재산과 병역 등과 관련해 시달리는 것이 있는 것 같던데. 또한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되는 입장에서 부담은 없으신가. “제가 서울시장 고민할 때 시민들의 반응이나 열망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서로 흠집내기 경쟁을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건 한 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예전 선거와 똑같은 양태로 가는 걸 시민들이 바랄까. 오늘 오신 김에 물어보시라. 정치하는 분들이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 정리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