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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현장] ‘박경철 팬’ 안철수의 순서는 173번이었다

등록 2011-10-09 17:33수정 2011-10-09 20:06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저자 사인회에 손님으로 참석해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김외현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저자 사인회에 손님으로 참석해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김외현 기자
박경철 책 사인회 참석…순번표 뽑아 줄을 서 기다려
 ‘절친’의 행사장이었지만 에누리는 없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73번이었다.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책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리더스북) 지은이 서명 행사는 시작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안 원장은 오후 2시50분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는 질서 유지를 위해 주최 쪽에서 나눠준 순번표를 순서에 맞춰 받아들었다. 173번이었다. 안 원장은 자신의 번호에 맞춰 길게 늘어선 줄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 원장도 박경철 원장 ‘팬’의 한 사람으로 서명 행사 줄에 합류한 것이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선 안 원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현장엔 신문·방송·인터넷 기자 몇 명 뿐이었지만, 어느새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그에게 기자들은 쉼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안 원장은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답했다. 평소보다 안 원장의 말이 많았던 것은, 최근엔 항상 움직이는 안 원장을 쫓아가던 기자들이 오랜만에 가만히 서 있는 안 원장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 뿐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몰려들자 안 원장은 도저히 줄에 서 있지 못할 형편이 됐다. 얼마 뒤 시민 한 명이 ‘책에 서명을 해달라’며 안 원장에게 책을 내밀었고, 그 뒤 너도나도 서명을 해달라며 모여들었다. 결국 박경철 원장의 서명 행사가 진행되는 계단 윗쪽에 안철수 원장의 즉석 서명 행사장이 마련됐다. 4시20분께 주최 쪽은 안 원장에게 순서를 알려왔고, 그제야 안 원장은 박경철 원장에게 다가갔다. 박 원장은 안 원장이 내민 책에 ‘안철수 선생님, 어떤 길을 가시더라도 그 길이 옳으십니다’라고 적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두터운 동지애를 확인했다.

 서명을 받고 나선 안 원장은 “친구 서명 행사장에 와서 되레 제가 200~300명에게 사인을 해드린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안 원장은 행사장을 떠났고, 더이상 기자들에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들과 <청춘콘서트>를 함께했던 방송인 김제동씨도 이날 행사장에 참석했다. 김제동씨 또한 주최쪽이 마련한 번호표를 뽑아들고 대기 줄에 함께 섰다. 당연하지만, 어디서도 ‘특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다음은 안철수 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 박원순 후보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메일을 주고받았다는데, 어떤 내용 보냈나.

 “기억은 잘 안나는데 어쨌든 열심히 하시겠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저도 원래 처음 생각하셨던 바 이루셨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하시라고 그렇게 보낸 것 같다. 하루에 메일을 워낙 많이 쓰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기억은 잘 안난다.”

 -혹시 간접적인 도움 요청은 아니었나. 공식적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은 없었나.

 “그동안 이메일 많이 주고받았는데, (박 후보와는) 에둘러 말하는 사이 아니다. 요청하려면 직접 요청하겠다는 말씀을 하실거다. 아직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

 -도와달라는 요청 오면 도울 의향 있으신가.

 “그때 가서 고민해보겠다.”

 -한나라당의 확장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입장은 그대로이신건가.

 “서울시장 건은…, 원래 잘못한 사람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면, 그 다음에 다시 또 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인정을 받거나, 또는 자기 역할을 못한다면 또 다른 쪽으로 넘기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역사가 발전하는 거잖아요. 그런 뜻입니다.”

 -박원순 후보가 그런(다음 단계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렇다고 믿는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해 일조할 뜻은 있으신가.

 “여기 박경철 원장과 마찬가지로 제가 믿는 분 중의 한 분이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 바란다. 이제는 제가 직접적으로 당사자는 아니니까.”

 -투표권은 있으신가.

 “있다.”

 -누구 찍으실 건가.

 “(아무 말 없이 웃음 짓고 있다가 기자가 ‘박원순 후보 찍을 것인가’라고 묻자) 당연하죠.”

 

■ 박근혜 전 대표 평가  

-현실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 원장의) 대립 구도인데…

 “제 의도와 상관없이요?(웃음)”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박원순 후보가 도움을 요청하면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민해봐야겠죠. 아직 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먼저 에둘러서 고민하고, 전 그런 타입은 아니다. 그러진 않는다.”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는데?

 “저는 정치인 워딩 잘 모른다. 그건 확실히 아셔야 된다. 저는 있는 그대로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이 부담되진 않으신가? 어느 순간부터…

 “그런데 전 정치 인터뷰하러 온 것도 아니고, 전 정치인도 아닌데, 왜 그런 걸 물으시나. (웃음) 저랑 상관 없잖아요.”

 -일전에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정치인이냐고 생각하냐’고 묻자 “훌륭한 정치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가?

 “정치적으로 물어보면 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으로 물으신다면 원칙 있고 좋은 분이란 생각은 같다.”

 -역사적으로는 어떤 평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간적으로 물어보시는 데 대해서만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분인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 대리전으로, 결국 아바타끼리의 대결이란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언론의 평가겠죠.”

  

■ 개인 근황

 -(현재 여의도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이유는 기자들 때문이신가.

 “카이스트에서 일할 때는 대전에 살았다. 서울에서 여러 일 때문에 오피스텔을 구했다. 작업용으로. (현재 집이) 짐 다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데는 아니다. 이번에 서울대로 오면서 집을 새로 집을 찾고 있다. 석 달 걸려서 전셋집 계약하고 옮길 때가 된 거다. 지금 여의도 그 장소는 대전에서 살던 사람이 서울에 와서 업무용 공간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거처할 환경은 아니었다.”

  

■ 동지 박경철 …

 -박경철 원장의 책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린다.

 “굉장히 힘든 와중에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안다. 정말로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다. 청춘콘서트 할 때, 정말 힘들게 지냈다. 혓바늘이 돋았다 터졌다 돋았다 터졌다 여러번 반복할 정도로 힘들어서 다른 것 할 엄두도 못 냈다. 저 친구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책을 쓰고 있었더라. 새벽부터 라디오 방송,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강의, 청춘콘서트, 그리고 집에 가서는 쉬지 않고 책을 썼더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서 왔다. 평일엔 못 오니까, 일요일이고 해서 왔다.”

 -박경철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기를 바란건가.

 “그런 건 아니다. 제가 저 친구를 아는데,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지, 자기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본인 마음은 모르죠. 어떤 판단은 있었을 수 있는데, 저한텐 자기 의견을 이야기 안 했다. 믿고 지켜보는 거다. 제 판단을.”

 -박원순 후보가 재산과 병역 등과 관련해 시달리는 것이 있는 것 같던데. 또한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되는 입장에서 부담은 없으신가.  

 “제가 서울시장 고민할 때 시민들의 반응이나 열망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서로 흠집내기 경쟁을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건 한 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예전 선거와 똑같은 양태로 가는 걸 시민들이 바랄까. 오늘 오신 김에 물어보시라. 정치하는 분들이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

 정리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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