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중보 논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예비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권 통합후보 단일화 경선을 앞둔 민주당, 1위 후보를 견제하려는 한나라당, 진보성향 후보를 껄끄러워하는 보수세력 등이 저마다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한강 수중보 철거’ 등 정책 문제를 비롯해, 과거 경력과 발언, 재산 등 검증 분야도 전방위적이다. 2000년 총선 당시 시민사회의 낙천·낙선운동을 이끌며 공직후보자들을 검증했던 그가, 이젠 거꾸로 혹독한 검증 무대에 올라섰다.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한강 수중보 발언’에 대한 논란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박 후보가 ‘무책임하다’며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고, 박 후보 쪽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박 후보의 발언은 <조선일보>가 지난 24일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박 후보가 23일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서울 암사동 생태 습지 현장에 가서 “보는 한강을 일종의 호수로 만드는 건데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박 후보를 맹비난했다. 홍준표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체적으로 검토를 해보지 않고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박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27일 오전 방송된 라디오 연설에서도 “박원순 후보는 이를(취수장 조정·이전 비용을) 한 번만이라도 검토하고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도 25일 “한강 수중보 철거는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7일 ‘서울시의 취수원은 이미 경기도 남양주시로 옮겨갔다’는 반박 자료를 내어 “나 후보의 발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실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취수원 가운데 강북 지역은 남양주로 옮겨갔으나, 강남지역은 한강 암사·풍납취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박원순 후보 쪽도 “발언이 왜곡됐다”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박 후보 선거운동본부의 송호창 대변인은 2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의 발언 앞뒤를 자르니 마치 철거를 주장하는 것처럼 됐다”고 해명했다. 송 대변인은 “23일 현장 방문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 박원순 후보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고, (조선일보가 보도한) 발언에 앞서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수중보에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여기에 박 후보가 ‘(수중보 문제가) 객관적으로 정확하고 시민들 의견이 그렇다는 게 확인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그런 발언을 했는데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변인은 “수중보 철거를 포함한 모든 것들은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검토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결정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27일 박 후보가 한강 수중보 발언을 꺼내놓고 논란이 되자 발을 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2·3면에 걸쳐 실었다. 박 후보 쪽은 이날 자료를 내어 이 기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앞으로 논란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송 대변인은 “이미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또 얼마나 중요한지와 상관없이 논쟁이 불거졌다”며 “쟁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준비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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