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이었던 지난 2008년 4월17일 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병국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위키리크스 2008년 4월 외교문서 공개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008년 4월9일 총선을 하루 앞두고 미국 쪽에 ‘정상회담 전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사실상 확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4월8일치 외교 전문을 보면, 김병국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청와대가 4월1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약속한다며, “쇠고기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수석은 이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에서 미 의회 및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자신이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개방을 선호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인물임을 보여줄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으로 나온다. 이에 버시바우 대사가 이 대통령이 미국 재계 지도자들에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무역 관련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는 개인적 약속을 하라고 권하자, 김 수석은 “그것은 이미 (기업 관계자들에게 행할) 연설안에 포함돼 있다”고 대답했다.
김 수석이 쇠고기 협상에 대해 사실상 ‘확약’을 한 것으로 묘사된 시점은 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4월19일) 개최 11일 전이자, 총선(4월9일) 하루 전, 그리고 양국이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 협상을 재개(4월11일)하기 사흘 전으로, 국내외 안팎으로 미묘하던 시기였다.
특히 김 수석이 당시 한-미 정상회담의 한국 쪽 최고위 실무 책임자를 맡고 있어, 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의 조건으로 쇠고기를 양보하고,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4·9 총선 이후 협상안에 공식 서명하는 양국간의 쇠고기 개방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그간의 의혹이 사실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전격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이 대통령의 방미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위키리크스를 통해 이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인 2008년 1월17일 당시 인수위에서 활동하던 최시중 현 방송통신위원장과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버시바우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그해 2월21일과 3월25일 버시바우 대사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에게 보낸 기밀 외교 전문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해 4월9일 총선 전까지는 (쇠고기 협상안에) 공식 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돼 있다.
<한겨레>는 이날 위키리크스의 문건 내용과 관련 김 전 수석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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