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사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나쪽 “당과 정책 다르지 않다”
‘반복지 이미지 탈색’ 시도
‘당론 정리 요구’ 박 전 대표에
선거지원 명분 마련해줘
‘반복지 이미지 탈색’ 시도
‘당론 정리 요구’ 박 전 대표에
선거지원 명분 마련해줘
각종 지표와 여권 내부 흐름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한층 유력해진 나경원 최고위원이 복지정책 전환을 꾀하고 나섰다. 이를 ‘출구’ 삼아 박근혜 전 대표가 나 최고위원의 손을 잡고 선거전을 뛸 기반이 한층 다져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18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나 최고위원은 35.6%를 얻어 39%의 박원순 변호사에게 근소한 차로 밀렸다. 박 변호사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양자대결은 39.1% 대 24.5%였다. 나 최고위원의 경쟁력이 이 전 처장을 앞지른 여러 언론사 여론조사와 흐름이 같다.
‘상승기류’를 탄 나 최고위원은 22일께 출마를 선언하면서 복지 공약을 주요하게 제시할 예정이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달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복지포퓰리즘에 맞선 ‘성전’에, 오세훈 전 시장을 성전에 임한 ‘계백’으로 빗대며 당의 전면 지원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그에겐 ‘반복지’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는 게 주변 평가다. 홍준표 대표가 오세훈 전 시장 사퇴 뒤 “(서울시장 재보선이) 무상급식 2라운드로는 안 된다”고 말하자, 이내 ‘나경원 비토’로 풀이될 정도였다. 서울시장 보선이 ‘오세훈 심판’ 성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나 최고위원으로선 ‘반복지’의 굴레를 벗는 게 시급한 처지다. 그의 한 측근은 “무상급식은 단계적 확대 쪽이고, 서울시의회와 재정 우선순위를 두고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복지구상을 출마선언문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의 복지정책 전환 시도는 복지를 화두로 세우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선거 지원의 명분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말 “복지에 대한 당의 방향, 정책이 재정립돼서 당론이 정리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고, 지난주 ‘나경원 비토론’을 부인했다.
친박·쇄신파 쪽도 앞장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언론이나 야당이 급식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뭔지 묻게 되어 있다”며 “어떤 후보를 내더라도 당 지도부가 급식이나 보육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하고, 우리 후보는 그 입장으로 선거에 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복지, 교육, 급식, 보육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토론을 통해서 (당과 후보 간) 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론을 명분 삼아 후보자 개인의 복지 입장을 전환하는 기점으로 삼자는 얘기다. 나 최고위원도 당내 ‘더 좋은 복지 태스크포스(TF)팀’이 10월7일 마지막 회의 뒤 최고위에 제출하기로 한 ‘복지 정책 수정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전면에서 도우면 지지층 결집으로 나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3~4%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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