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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92년 김영삼 후보에 대선자금 3000억 줬다” 노태우, 뒤늦은 ‘과거사’ 고백

등록 2011-08-10 20:56수정 2011-08-10 22:20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12월 대선에서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를 방문해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12월 대선에서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를 방문해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회고록 펴내 비화 공개
청 금고에 100억 놓고 퇴임 본인 선거땐 2000억 사용
전두환 임기말 내각제 추진 6·29 선언은 스스로 결단
YS아들 현철씨 “말도 안돼”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쪽에 선거자금으로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사실관계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펴낸 <노태우 회고록>(상·하권)에서 “당시 민자당 김영삼 총재는 1992년 5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나에게 ‘(대선에서) 적어도 4000~5000억원은 들지 않겠습니까. 저로서는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전 의원을 김 총재에게 소개해주고 이들을 통해 각각 1000억원씩 모두 2000억원을 지원했다”며 “대선 막바지에 김영삼 후보 쪽의 요청을 받고 다시 금 전 장관을 통해 1000억원을 보내줬다”고 회고했다. 그러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노 전 대통령은 털어놨다. 그는 이어 “(김 후보가 당선된 뒤)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청와대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 수사 당시 자신이 관리하고 돈의 총액을 “원금만 2757억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현철 부소장은 “대선 자금을 당을 통해서가 아닌 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0년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얘기하는 저의가 의심스러우며 그분이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고 속 100억원에 대해서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우리가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는 금고도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당선됐던 1987년 대선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지원한 1400억원과 당에서 모은 500억원 등 200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비자금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마지막 사람이었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은 6·29선언과 관련해선 “87년 6월10일 당일에 직선제 개헌 수용을 결심했다”며 자신의 결단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통령은 그만두되 물러난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1986년 3월부터 내각제 개헌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대중·김종필·김영삼 등 3김에 대한 평가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없는 난경을 겪어오면서 얻은 경험이 몸에 배어 있었고 관찰력이 예리한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총명함이 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진지한 면보다는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으며,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서는 “30년 가까이 국정에 몸담아 온 관록이 있어서인지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미국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고열로 입원하는 등 건강이 매우 악화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 심한 기침 증세로 입원했을 때는 한의원에서 쓰는 침이 기관지에서 발견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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