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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성한용 칼럼] ‘문재인 바람’은 태풍일까

등록 2011-07-18 19:21수정 2011-07-19 15:56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물었다.

“정치를 하라는 압박을 점점 더 많이 받으실 텐데요?”

문재인 변호사는 잠시 생각한 뒤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정치는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긴 세월 동안 보여줬습니다. 노 대통령은 대단히 강인한 능력과 개인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끝내 좌절했던 것 아닙니까? 저는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일이지요.”

지난 6월 문재인 변호사의 자서전 출판을 계기로 인터뷰했을 때의 장면이다. 문재인 변호사는 자신의 인기를 “착한 역할만 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며 “정치를 시작하면 곧바로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의례적인 겸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대답이었다.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 정치는 역설이다. 문재인 변호사의 인기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그의 공수부대 사진이 떠돈다. ‘폭풍간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짙은 눈썹, 굳게 다문 입술이 군복과 어울려 매력적이다.

‘문재인 변호사님을 사랑하는 모임’(문사모) 자유게시판에는 ‘출사표를 기다리며’라는 글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그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님께서 정치에 대한 환멸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역사의 큰 물줄기를 만들기 위해 물꼬는 터야 하지 않겠습니까? 탁류에 몸을 맡김은 그 또한 운명이라 보입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댓글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님과 문재인 변호사님 두 분이 멋진 승부를 펼쳐 야당 단결은 물론 국민들께 신선함으로 다가선다면 정권교체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젠틀재인’ 토론게시판 발제글에는 “카페의 지향점은 문 변호사님의 의사를 존중하고 거기에 적극 따르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되어 있다. 댓글에는 “정치를 하셔도 안타깝고 안 하셔도 안타깝습니다. 그것이 운명입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팬들의 사랑과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각 언론사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6~9%대다. 박근혜 손학규의 뒤를 이어 유시민과 3위를 다툰다.

‘문재인 바람’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는 야권 지지자들의 절박감이다. 손학규나 유시민으로는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고 보고, 2002년 노무현처럼 ‘폭발력 있는 후보’를 찾고 있는 것이다.

대망론은 현실이 암담할 때 출현했다. 조선 후기 고달픈 백성들은 ‘정도령’을 기다렸다. 1992년엔 ‘정주영 대망론’, 1997년엔 ‘제3후보론’이 있었다. 2002년엔 ‘노풍’이 불었다. 2007년 대선 전에는 ‘문국현 대망론’이 나타났고,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큰 표차로 패배하자 ‘조국 대망론’이 나왔다. 이 가운데 현실화한 것은 노풍뿐이다.

문재인 변호사는 소탈함과 진솔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으로 일한 국정 경험도 있다. 그러나 권력 의지가 문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억지 춘향’이 아니다. 대통령 권력은 욕심이 있어야 잡을 수 있다.

문재인 변호사는 정치를 할까? 그와 가까운 사람에게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다. 답변은 이랬다.

“가급적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소신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 책무를 회피해선 안 된다는 압력이 워낙 거세다. 4·11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는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야권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대통령 후보 출마 여부는 그 뒤 상황을 살펴 본인이 판단할 것이다. 떠밀려 나설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 문재인 변호사가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지금의 정치 지형이 흔들려야 한다. 쉽게 말해 내년 4월 부산 경남에서 야권 후보가 10명 이상 당선돼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변호사는 나설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중심은 부산이었다고 문재인 변호사는 책에 썼다. 2012년 부산발 ‘문재인 태풍’은 과연 불 것인가.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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