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안팎
4일 오후 올림픽체조경기장에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예상보다 적은 4700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때문인지 이전의 한나라당 전당대회들보다 열기가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래도 후보들의 ‘사자후’는 거셌다. 모든 후보들은 앞다퉈 ‘박근혜 대망론 수호자’를 자처하며 친박계의 두번째 표를 호소했다. 홍준표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에 대한 음해 공격이 시작되면, 그걸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박근혜라는) 강력한 대권 후보도 20대, 30대에 취약하다. 누굴 세워야 젊은층과 호흡하는 게 도움되겠냐”며 친박 유승민 후보와의 연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계파를 없애 대선 후보를 지키겠다”(남경필), “한나라당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천막정신”(권영세)이라는 말도 쏟아졌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올림픽체조경기장 2층 일반대의원석에서 유승민 후보를 연호하는 친박계 대의원들과 함께 앉아 정견발표를 지켜봤다. 장내 카메라에 박 전 대표가 손뼉치는 장면이 딱 한번 잡혔는데 유승민 후보가 “오늘 이곳에서 혁명을 합시다”라고 외칠 때였다. 유 후보는 “모두가 박근혜 후보를 지키겠다고 한다. 그럼 좋겠다. 하지만 끝까지 박근혜 대표를 지켜 정권 재창출을 이끌 책임과 자격이 내게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집요하게 공격당했다. 특히 원희룡 의원은 9분씩 주어진 정견발표 대부분을 ‘반홍준표’에 할애했다. 그는 “당 대표로 독불장군은 안 된다”며 “독설로 상처주고, 청와대든 친이, 친박이든 이해관계 안 맞으면 흔드는 이가 대표가 되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며 홍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홍 후보는 맞대응하지 않고 다른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당당한 대표론’을 내세웠다. 그는 “내가 57살로 후보 중에서 맏형이다. 다른 분은 기회가 있지만 나한테는 마지막이다”라고 말해 대의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등 여유를 보였다.
나경원 후보는 ‘국민대표 나경원’을 구호로 내세우며 젊은층과의 소통력을 강조했다. 권영세 후보는 전 지도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목이 쉰 박진 후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총선에서 꺾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홍 후보와 원 후보 쪽의 지지세력이 사물놀이, 부부젤라 등을 동원해 벌인 장외 응원대결도 치열했다. 홍 후보 쪽 지지자들은 출입통제를 하는 주최 쪽과 한때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병렬·이방호 전 의원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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