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회의에서 정몽준 의원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중진회의서 반값등록금 비판
“흔히 이완용을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한다. 요즘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은 나라를 망치는 망국노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것이다.”(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
“요즘 우리 당에서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되는 각종 정책과 입법을 보면…과거 10년간의 야당 때 습성이 남아 있어…혼란스럽다.”(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15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이 퍼부은 말들이다. 새 지도부의 ‘등록금 정책’을 ‘망국적 행위’로 질타한 것이다. 황우여 원내대표 면전이었다. 1시간 뒤 당 주최의 ‘등록금 공청회’가 예정된 상태에서 ‘벌떼 공격’을 벌인 셈이다.
정몽준 의원은 “포퓰리즘, 표(票)퓰리즘이라는 것은 국민이 어리석어 잘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치졸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문제로 국가재정이 담보되지 않은 정책 제안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고 거들었다. 이경재 의원은 “두 의원의 말씀 모두 지당하다”고 맞장구쳤다. 황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님들의 고견을 아주 무겁게 받겠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의 ‘망국노’는 준비된 표현이었다. 중진회의에 앞서 열린 ‘정몽준 계보’ 조찬모임에서 한 측근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더러 대놓고 망국노라고 할 수 없으니 ‘망국노라는 소리가 있다’ 정도로 톤을 낮추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신주류의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중진회의 뒤 열린 등록금 공청회에선 학생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한국대학생연합 운영위원)은 “교육 공공성을 인정하고 재정투입을 통해 내년도 고지서에 반값 등록금이 찍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새 지도부가 ‘반값 등록금’의 깃발을 ‘등록금 완화’로 바꾸면서 “정책 후퇴가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황 원내대표는 “강한 진정성을 갖고 나아가겠다”며 매듭지었다.
‘등록금’이란 난제를 짊어진 황 원내대표 앞엔 두 개의 벽이 놓여 있다. ‘망국노’라고 몰아붙이는 중진들의 제동을 풀어가면서 ‘후퇴’하지 말라는 학생들의 요구에도 응답해야 한다. 황 원내대표는 21일께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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