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진석(사진) 청와대 정무수석이 불법 대출과 부실 운영으로 올해 1월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3년 남짓 재직하며 매월 200만원씩을 받은 것과 관련해 ‘거짓해명’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수석은 18일 해명자료를 내어 “2004년 17대 총선 낙선 뒤 실직 상태에 있을 때 초등학교 후배의 권유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등재됐다”며 “이후 3년간 매월 활동비 또는 교통비 명목으로 200만원 정도의 돈을 실명 통장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정 수석은 그러면서 “1년에 한두차례 회사의 자문에 개인적으로 응하는 형식으로 사외이사 직무를 수행했지만 경영회의에 참석하거나, 로비활동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당시엔 저축은행이 사회의 지탄을 받거나, 골칫거리로 지목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2005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을 두고선 “국회사무처로부터 ‘겸직신고는 강제조항이 아닌 자율조항’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겸직신고는 자율조항이 아닌 의무조항이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이 당선 전부터 다른 직을 가진 경우 임기 개시 후 1개월 안에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윤리실천규범에도 신고 의무가 적시돼 있다.

겸직신고 실무 부서인 국회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두 규정 다 의무조항”이라며 “(정진석 수석 쪽으로부터) 이 조항과 관련한 문의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정 수석 쪽이 ‘거짓해명’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회의도 한번 참가하지 않고 정치인이 돈을 받은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과 경영진의 업무상 횡령의 공범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 등이 고발하면 꼼짝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운영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의 본질적 내용을 수사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몇천만원씩 받고, 일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해명하고, 청와대 역시 별문제 없다며 두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불감증은 철면피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 “삼화저축은행은 정 수석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지 한달 뒤에, 담보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339억원을 불법 대출해줬다. 어떻게 죄송하다는 말조차 안 할 수가 있느냐”고 도덕불감증을 성토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