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황우여 원내대표 지원설’을 강하게 부정하며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전날 이재오 특임장관 쪽이 “배신은 한번으로 족하다”며 이상득계를 공격한 데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남미를 방문중인 이 의원은 이날 볼리비아에서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 결코 개입한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의원은 “설령 내가 지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내 말을 듣겠느냐”며 “내가 억울해도 묵묵히 참고 있는 것은 무슨 말을 하면 새로운 얘기가 덧붙여지고 억측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이런 발언은, 이재오계 쪽이 “원내대표 경선 1차때 이병석 후보에게 간 표 상당수가 결선에서 황우여 후보에게 돌아섰다”며 ‘이상득 배신론’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재오 장관은 전날 사석에서 “배신당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내 직업이 희생양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상득계에 대한 서운함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공방은 이재오 장관이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안경률 후보가 소장파·비주류의 지원을 받은 황우여 후보에게 패배한 이후 친이계 내부 이재오계와 이상득계의 갈등 양상을 반영한 흐름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이날 거듭 ‘이재오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했던 이성헌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류의 좌장으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초선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비상대책위 구성을 거론하며 “비상 상황에서 자기 것을 챙기겠다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몰염치를 넘어 정치할 자격이 없는 무뢰한들”이라며 “개혁 거부세력이자 구당 방해세력으로 규정해 친박뿐만 아니라 소장파 전체가 다 연합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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