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에 박재완
박재완(56)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작은 정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친기업·반노조 등 이른바 ‘엠비(MB)노믹스’의 기본 기조를 충실히 대변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다. 이 대통령이 그를 경제부처 수장으로 내정한 것은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크게 수정하기보다, 임기 말까지 이어가면서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친서민’으로의 확실한 방향 선회를 요구하는 4·27 재보선 민심과는 동떨어진 인사인 셈이다.
박 내정자는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관계, 학계, 정치권 등을 두루 거쳤다. 공무원 시절 감사원, 재무부,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근무했고, 1996년부터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17대 총선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통합 등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 첫 정무수석에 발탁됐고, 이후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내정자는 ‘촛불집회’ 여파로 청와대 많은 참모진이 교체될 때도 수석 중에 홀로 유임될 만큼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지난해 7월까지 청와대를 지켰다. 국정기획수석 당시 세종시 수정안을 ‘총대’를 메고 추진했으나,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7월 청와대 이임식에서 이에 대해 “대과를 남기고 가게 돼 죄송하다. 역사의 죄인이다”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 장관에 취임한 뒤에는 노조와 강한 대립각을 세워 노동계로부터 ‘재계 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하면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고, 노동절 행사를 놓고는 “시가지에서 정치색이 짙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노조들 특징은…소수의 노동권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내정자는 6일 내정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참으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사심 없이 올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탁상과 현장,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격을 줄이고 부처 칸막이를 낮추겠다”며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착실히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지금도 경제팀의 일원(노동부 장관)으로 계시고 현 정부의 국정기조를 만든 분 중 한 명인 만큼, 큰 정책기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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