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뇌물’ 허용…여야 합의 10분만에 “땅땅”
금지대상 ‘공무원 사무’→‘다른 공무원 사무’로
금지대상 ‘공무원 사무’→‘다른 공무원 사무’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4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등의 입법로비 의혹 사건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조항이 사라지게 된다.
행안위는 이날 처리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서 제32조 2호의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의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꿨다. 이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것이어서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위는 또 제31조 2항의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고쳤다. 이는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청목회 사건처럼 특정 단체가 입법 등에 협조해준 국회의원에게 소속 회원을 시켜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두 조항은 검찰이 청목회 사건에서 여야 국회의원 6명을 기소할 때 적용한 법률로,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한 법 우선 적용의 원칙’에 따라 이들 의원은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행안위는 또한 “누구든지 업무·고용 등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제33조를 고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로 변경했다. 이는 경찰이 ‘농협의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수사에 적용한 조항으로,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 납부를 주선했다고 해도 ‘강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행안위는 이날 정치자금개선소위를 열어 이들 입법로비 관련 3개 조항만을 바꿔 의결한 뒤 곧바로 전체회의에 상정해 30분 만에 의결하고 정치개혁특위로 넘겼다. 행안위는 지난해 말에도 이들 조항을 처리하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중지한 바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개정안은 로비 대가의 돈이더라도 정치자금의 이름으로만 받으면 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정치인에게 뇌물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행안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논란이 됐던 문구의 자구를 수정했다”며 “정개특위에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 3개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계속 심사하는 조건을 달아서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정애 김태규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