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정희 대표 연설 “증세로 정신 구현”
권영길 “핵심 당론…더 세게 얘기해야”
권영길 “핵심 당론…더 세게 얘기해야”
과거 민주노동당의 간판공약이었던 부유세를 두고 민노당 내부에 미묘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2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남북간의 분단과 대결 때문에 오이시디(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지디피(국민총생산) 대비 국방지출 비율의 두 배나 되는 군사비 지출이 계속된다면 복지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과 금융자산 보유로 얻는 이익에 대해 더 과세하고, 고액 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비과세 감면도 과감히 정비하면 2013년부터 5년 동안 170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양산을 막을 비정규직법 개정과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차별과 기아임금 때문에 뼈빠지게 일해도 세 끼 밥을 걱정해야 하는 분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민주노동당은 최저임금 미달분을 국가가 먼저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사용자로부터 받아내는 개정안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창당 11년의 역사를 통해 민노당이 얻은 제2의 교훈은 실현가능한 증세, 사회적 형평을 높이는 증세, 탄탄하고 정교한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창당 초부터 제기해온 ‘부유세의 정신’을 현실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새해 기자회견 등에서 밝힌 ‘부유세 신중론’을 또다시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부유세 정신 구현’ 발언에 대해 당 일각에선 “진보정당 대표로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던 권영길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유세는 당론”이라며 “부유세의 ‘정신’이 아니라, 부유세 정책을 더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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