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꼴 보려 전국 돌았나” 격앙
MB와 회담서 국면전환 기대
MB와 회담서 국면전환 기대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탓이다.
가장 큰 고민은 지난 연말 예산안 날치기 이후 두 달 넘게 장외투쟁을 이끌어왔지만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목표였던 대통령 사과와 민생예산 복구 등은 약속받지 못한 상황에서 당 내부에서도 장외투쟁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이 부담스런 대목이다.
영수회담과 국회 정상화를 합의한 6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 직후 긴급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조기등원론에 제동을 걸었지만, 다음날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등원 불가피론’을 주장한 것도 손 대표로선 맥빠지는 부분이다. 이날 손 대표는 측근들에게 “이런 꼴 보려고 2개월 동안 거적때기 깔고 전국을 떠돌았단 말이냐”고 격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회담에서 정치적 소득을 올리지 못한 채 국회가 정상화할 경우 손 대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장 100일을 목표로 시작한 희망대장정의 지속 여부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한 측근은 “야당 대표가 전국을 돌며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대안을 만들어가는 실험은 전무후무한 것”이라며 “100일 대장정을 이어간다는 계획에는 결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열려 구제역과 전세난, 남북관계 등 굵직한 이슈를 둘러싸고 대정부질문과 국정조사 등의 원내활동에 무게가 실릴 경우 손 대표의 원외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손 대표 쪽은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회담 조기 개최에 힘을 쏟고 있다. 청와대회담이 이뤄질 경우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 국면 전환을 자연스레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손 대표 주변에선 4·27 재보선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손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해 치르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손 대표에겐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다. 한 측근은 “손 대표가 최근 강원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를 만나 출마의사를 타진했다”며 “손 대표가 그만큼 재보선에 정치적 무게를 크게 두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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