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시의회의 무상급식 전면 시행 조례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오세훈 시장 쥐덫 발언 일파만파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의 무상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쥐덫’과 ‘종양’에 비유해 정치권과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오 시장은 23일 자신의 블로거에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 왜 나쁜 복지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빛깔 좋고 먹음직스러운 치즈 밑엔 다음 세대와 서울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무서운 진실이 있다”며 무상복지를 비판했다. 오 시장은 “나쁜 복지의 종양은 지금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오 시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24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스스로 자기 덫을 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오세훈 시장”이라며 “이제라도 쥐덫에 걸리고 싶지 않다면 국민을 사분오열 시켜 자신의 야망을 채우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국민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왜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지 물을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오시장과 한나라당이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와 선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국민을 ‘쥐덫 위에 놓여진 공짜치즈에 눈먼 쥐들’로 표현했다.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의 용기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어떻게 이명박 정권하에서 쥐를 얘기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누리꾼들도 오세훈 서울 시장의 ‘쥐덫’과 ‘종양’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오세훈시장이 무상보육을 주장하고 무상으로 학용품 지원하자는 것도 보편적 복지”라며 “이 혜택 받는 아이들도 쥐덫에 걸린 새끼 쥐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쥐덫’ 망언으로 자신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무지를 입증했다”면서 “그가 언급한 일부 남유럽 국가의 재정 파탄은 복지정책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부실했던 경제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누리꾼은 오 시장의 쥐덫 발언으로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 누리꾼은 “참다운 서울시장이라면 무상급식 받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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