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마련중인 공천개혁 방안을 비교하면, 사용하는 어휘만 다를 뿐 ‘보스’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양쪽 모두 상향식 공천을 하자며 그동안 ‘계파 대리인의 협의체’로 운영돼왔던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폐지한다. 대신 한나라당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를, 민주당에선 ‘예비후보자격심사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우, 지도부가 100% 임명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지도부 임명과 공모 방식을 절반씩 섞어 구성할 예정이다. 민주당 예비후보자격심사회도 당 외부인사를 참여시키고, 위원회의 권한을 후보자의 자격심사로 제한해 지도부의 입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당 모두 ‘선심사 후경선’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선 차이점이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수개발팀이 마련한 객관적 평가지수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3인 이내로 압축해 국민경선을 치르는 방식이다. 민주당의 경우, 예비후보 전원에게 메니페스토(목표와 실현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를 받고 당 정체성에 맞는지를 평가해 후보를 2~4배수로 압축하게 된다.

두 당 모두 후보가 압축되면 국민참여경선을 치르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한나라당은 핵심당원(20%), 일반당원(30%), 국민선거인단(30%), 여론조사(20%)를 반영하는 국민경선 방식이다. 민주당은 일반 국민(50%)과 당원(50%)이 참여해 경선을 치르도록 하되 여론조사는 배제한다.

두 당 개혁특위 모두 지도부의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지는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비례대표 제도 개선에 좀더 적극적인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개혁특위는 비례대표 후보자도 예비후보자격심사위가 2~3배수로 압축한 뒤 국민참여경선을 치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의 30%를 전략공천할 수 있게 한 당헌 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경선방식과 관련해선 청년·여성 비례대표의 경우 ‘슈퍼스타 케이’ 방식의 지역별 순회 공개경쟁을 치르게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정치개혁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비례대표 확정과 관련한 구체적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진 않다. 다만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은 “사전심사도 필요하며,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도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원론’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해득실을 두고서는 계산이 엇갈려 공천 개혁안의 최종 확정까지는 두 당 모두 상당한 내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선 직전에 치러지는 19대 총선의 특성상 지역 기반을 다져온 현역의원들을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내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특위안에 공감은 하지만 당장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 올해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쪽이 지도부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것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정애 이세영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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