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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부유세 도입” “복지세 신설” 야당 ‘복지증세’ 논쟁 봇물

등록 2011-01-20 20:27수정 2011-01-21 08:33

정동영·조승수 의원실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함께 주최한 ‘복지는 세금이다’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동영·조승수 의원실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함께 주최한 ‘복지는 세금이다’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조세저항 우려’ 손학규 대표 주변선 부정적 태도
경제관료 출신 별도 모임…“선별복지론 나올라”
무상복지 재원 논란에서 촉발된 야권의 증세논쟁이 차츰 구체화하고 있다. ‘증세냐 아니냐’로 양분됐던 초기의 논쟁구도가 증세의 방식과 속도를 둘러싸고 다양하게 분화하는 양상이다.

지도부 일각에서 ‘선복지 후증세’의 절충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관료 출신이 주축인 민주당 보수그룹이 사실상의 ‘선별 복지론’으로 독자적 목소리를 내면서 야권의 ‘복지 전선’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복지논쟁을 주도해온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함께 마련한 복지재원 토론회에서 ‘증세를 통한 복지 재원 확보’를 거듭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재원 문제의 핵심은 세금이며, 세금 문제의 핵심은 조세구조 개혁과 증세”라며 “부유세를 도입해 보편적 복지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자산 30억원 이상의 개인과 1조원 이상의 기업에 1~2%의 부유세를 매길 경우 연간 10조원 안팎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도입 과정에서 실물분야의 거래투명성을 높이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여 일반조세의 세수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정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부유세 도입론의 핵심이다.

반면 조승수 대표는 상위 5% 부유층과 1% 대기업에 기존 세금의 15~30%를 누진세 형태로 추가 부과하는 사회복지세를 제안했다.

조 대표는 “오로지 복지 목적으로만 지출되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고, 이후 서민·중산층까지 추가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할 경우에도 사회복지세를 통한 복지 확대 경험이 소중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와 당 주류의 입장은 여전히 증세에 부정적이다. 당내 기구인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 기획단’ 위원장에 임명된 이용섭 의원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세금 신설이나 세율 인상 같은 증세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재정구조 개혁과 복지전달체계 보완, 부자감세 철회와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조세체계 정상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주류의 이런 태도는 조세저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손 대표도 최근 사석에서 “1970년대 기독교 사회운동을 해봐서 잘 아는데, 박정희 정권이 몰락한 데는 부가가치세 신설에 따른 민심이반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 대표 주변에선 보편 복지를 하려면 결국 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한 측근은 “보편적 복지를 하는 국가치고 증세 안 한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국민들도 보편 복지를 경험해본 뒤 좋은 것이란 확신이 서면 증세에도 동의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복지 후증세’론이다.

이런 가운데 강봉균·김효석·변재일 의원 등 경제관료 출신들과 김부겸·정장선 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이 설연휴 직후 재원 문제 등 당 복지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강봉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복지정책에는 찬성하지만 유럽 선진국들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론 우리 국민들이 서양 사람들보다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핵심 당직자는 “말로는 재원 문제를 얘기하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식 선별복지론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며 “생각하는 모델 자체가 다른데 재원 문제로 희석하면 안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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