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사퇴 요구에 버티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물러났다. <하니TV>는 12일 오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나, 정동기 후보자 인사 낙마를 바라보는 목소리를 담았다. 영상갈무리/ 길거리 리포트
[길거리 리포트] ‘정동기 사퇴’ 시민들 부글부글
“검증없는 높은자리 내정, 그럴 거면 차라리 임용해라”
“검증없는 높은자리 내정, 그럴 거면 차라리 임용해라”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고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 옛 성현의 말씀을 위안 삼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지난 12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길거리 민심과 정 후보자 사이에는 씻기 힘든 먹줄이 그어져 있는 듯했다. <하니TV>가 이날 만난 서울역 일대의 시민들은 정 후보자가 “가장 엄정히 뽑아야 할 감사원장 자리에 부적절한 인사”였다는 반응이었다.
허해순(53·자영업)씨는 독립성이 강조되는 감사원장에 대통령 측근이 임명된 것을 비판했다. “대통령의 힘이 미치지 않아야 하는 자리에 그런 분이 가는 것은 감사까지 대통령이 다 하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죠. 조선시대에 왕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정 후보자는 2008~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도덕적 모자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식도 많았다. 오세연(50·초등교사)씨는 “자기 얼굴에 뭐가 묻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 얼굴에 묻은 것을 탓할 수 있겠느냐”며 “더 일찍 물러났어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송영준(56)씨도 “고위직에 있은 뒤로 축재를 많이 했고, 대통령 측근이라 부적절하다는 얘기를 손님들이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서민의 상식’에서 벗어난 고소득에 대한 지탄도 있었다. 정 후보자는 2007년 11월 대검찰청 차장에서 퇴직한 뒤 법무법인으로 옮겨 7개월간 급여와 상여(세전)로 7억여 원을 받았다. 이창열(70·택시기사)씨는 “한 달에 일억 이면 서민은 상상도 못할 돈인데, 자신이 책임져야지 어떻게 묵과하겠느냐”고 말했다. 박종태(75·사업가)씨는 “공직에 있다가 나왔다고 2배, 3배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각 행정부의 감사를 하겠느냐”며 “서민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좀 더 이야기를 들어봤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영자(73·주부)씨는 “청문회도 못하고 너무 섣부르게 사퇴했다”며 “본인의 해명을 더 들어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차분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표시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김민성(21·대학생)씨는 “나라의 감사원장, 장관 같은 높은 자리를 너무 쉽게 내정하는 것 같다”며 “(검증이 없어) 아예 임용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어떻게 내정되는지 국민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허해순씨는 “인사 문제는 어느 정권 때도 있었겠지만 이번 정권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다가서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감사원장 낙마와 이명박 정부 레임덕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른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국정운영상 레임덕으로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글 권오성 기자 영상 조소영 피디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