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친환경무상급식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뒤편 마이크 잡은 이)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오 시장의 시의회 출석 거부를 꼬집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오시장, 시의회와 대립 격화…강한 이미지 심기 분석
김지사, 도의회와 타협 예산증액…“포용 전략” 평가
김지사, 도의회와 타협 예산증액…“포용 전략” 평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외쳤던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고집하는 한 시의회 출석은 없다”며 ‘임전무퇴’의 각오를 벼리고 있는 반면, 김 지사는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도의회와 ‘타협’을 택했다. 대선을 겨냥한 두 사람의 다른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의 ‘버티기’에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17일 정례회 회기를 29일까지 연장해 예산안을 심의하기로 하는 한편 의회 권한침해를 이유로 오 시장을 대법원에 제소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가 대치가 격화하는 모양새다.
반면, 김 지사는 지난 15일 경기도의회와 협상을 벌여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으로 대폭 늘려줬다. 사실상 무상급식의 길을 터준 셈이다. 그가 지난 임기 때부터 경기도교육청과 무상급식을 놓고 최전선에서 대립했던 것과 견주면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대신 그는 자신의 역점사업인 국제보트쇼·세계유기농대회 등의 예산과 홍보 예산 삭감을 막아냈다. 최우영 경기도 대변인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논란을 친환경 급식 확대라는 묘수로 풀어 상호 상생한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조례를 놓고 몸싸움을 하는 등 시끄러운데 경기도까지 그렇게 하는 건 도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이런 행보를 대선전략과 연관지어 보고 있다. 오 시장의 강성 행보는 ‘강한 이미지’를 구축해 당내 대선주자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이 지방선거 때 어렵게 이긴 것은 ‘이미지 정치’의 한계 때문이었다”며 “무상급식이라는 찬반이 명확한 이슈에 자기 목소리를 냄으로써 지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이라고 봤다.
오 시장이 한나라당 주류인 이명박계와 코드를 맞춰 ‘박근혜 대항마’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와 싸워봤자 결국 이기지도 못할텐데,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에 대해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많다. 친환경 급식 확대를 통해 무상급식 반대라는 ‘명분’은 지키면서도 자신의 역점사업 예산 확보란 ‘실리’도 챙겼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한 측근 의원은 “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다. 남북 간에도 대화를 하는데 도정을 두고 의회와 적절히 타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보수층을 겨냥한 강성 행보를 걸었던 김 지사가 ‘타협’과 ‘포용’이란 키워드로 확장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정애 김경욱 홍용덕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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