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일방적 양보안에
야권 “비준거부” 한목소리
“MB정부가 연대고리 제공”
야권 “비준거부” 한목소리
“MB정부가 연대고리 제공”
3년 전 진보·개혁진영의 분열을 촉발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제 통합과 연대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사실상 일방적 양보로 귀결된 재협상이 야권 내부에 존재하던 정치적 이해관계의 복잡한 지형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준 덕분이다.
그동안 한-미 에프티에이에 관한 야권의 기류는 세 갈래였다. 민주당 내부에선 ‘선대책 후비준론’(친노·관료그룹)과 ‘전면재협상론’(비주류·진보파)이 맞서왔고,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협정폐기론’이 공식 당론이었다. 선대책 후비준론과 전면재협상론의 갈등이 참여정부 시절 체결된 원안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형성된 것이었다면, 협정폐기론은 자유무역협정을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대가로 대기업과 자산가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장치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앞의 두 입장과 철학적 관점 차이가 뚜렷했다.
하지만 이번에 체결된 재협상안은 세 흐름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선대책 후비준론의 논리적 입지(이익균형론)마저 무너뜨렸고, 야권엔 ‘비준거부’라는 단 하나의 정치적 선택지만 남게 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6일 “야권엔 4대강 이슈에 이어 또 하나의 중요한 연대 기반을 이명박 정부가 제공한 셈”이라며 “비준안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강력한 접합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4대강 반대 집회에 참석한 손학규 대표가 연설의 상당부분을 에프티에이 재협상 결과를 성토하는 데 할애한 것도 에프티에이 이슈의 정치적 폭발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4대강보다는 에프티에이 문제가 앞으로의 연대 국면에서 한층 핵심적인 고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산국회와 연계된 4대강 이슈의 특성상 제1야당이 취할 수 있는 운신 폭이 크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연말 4대강 예산 저지를 목표로 국회 로텐더홀 점거농성까지 벌였지만, 예산을 볼모 삼아 정치투쟁을 벌인다는 보수언론의 융단폭격에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연말 예산국회는 4대강 예산 삭감폭을 최대한 늘려 분열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새해 1월 시작되는 비준 정국을 통해 야권공조의 강도를 높여 4월 재보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4대강이 균열의 위험 지점이라면, 에프티에이는 봉합의 모멘텀”이라며 “연대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절히 동력을 안배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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