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청목회 수사 수용
민주당이 18일 청목회 후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 ‘청목회 전선’에서 물러나 ‘대포폰 전선’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목회 후원금) 관련 의원 5명은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응하고 관련 보좌관들을 (검찰에) 출석시키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검찰이 얼마나 무리한 수사를 하는지, 왜 이렇게 오버하는지 분명하게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손 대표는 ‘청와대 대포폰 지급 국정조사 수용’ 등을 요구하며 국회 당 대표실에서 100시간 시한부 농성에 들어갔다.
일단 청목회 수사에는 응하는 게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대포폰 재수사 요구를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이 된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인 것 같다. 한 당직자는 “우리가 싸울 상대는 정략수사와 기획사정의 배후인 청와대인데, 자꾸 검찰과의 싸움으로 비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검찰의 청목회 후원금 수사에 대한 반대 투쟁이 국민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정치권의 ‘돈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사 자체를 거부하면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소액 환급 후원금 사건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후원금 사건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전날 “독재의 길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제들, 한줌의 정치세력들과 맞서지 않을 수 없다”며 결연한 대결 의지를 보이던 것에 견줘 한결 누그러진 태도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치인들이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옳다는 여론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사찰의 부당성과 청와대 대포폰의 심각성에 대해 아무리 떠들어도 국민들은 후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정략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후원금 수사를 이유로 예산국회 일정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비주류 쪽의 한 인사는 “가장 뼈아픈 것은 예산심사 보이콧이라는 카드를 이번에 소모해 버린 것”이라며 “4대강,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등 중요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 여당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야당은 어떤 무기를 들고 대항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19일까지 예정된 예결특위와 각 상임위 일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춘석 대변인은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야5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청와대와 여당이 무언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회 일정 정상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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