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대 주주’ 3색 행보
민주당 지도부의 ‘3대 주주’인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의 대조적 행보가 눈길을 끈다. 손 대표가 취약하다고 평가받아온 시민사회·노동계와의 연대에 공들이는 사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론을 주도하며 손 대표를 견제했던 정동영 최고위원은 정치행보를 삼간 채 ‘학습 모드’에 돌입했다. 눈에 띄는 대외활동을 자제해온 정세균 최고위원은 지지자들과 대규모 산행일정을 잡는 등 세 규합에 시동을 걸었다.
손 대표는 31일 오후 파업 도중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해 분신한 구미 케이이시(KEC) 김준일 노조원을 면회했다. 손 대표는 “용산 참사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노동자를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30일엔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4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진보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들이 주관한 자리였다.
손 대표의 ‘친노동·친시민사회’ 행보는 29일 마무리된 당직개편에서도 확인된다. 시민사회와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4대강 대운하 저지 특위’ 위원장에 지도부의 일원인 이인영 최고위원을 임명한 데 이어, 유명무실했던 노동특별위원회를 전국노동위원회로 상설화하면서 노동계 출신 홍영표 의원을 위원장에 앉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재야출신인 ‘김근태계’ 인사들을 고리로, 한나라당에 몸담은 뒤 소원해졌던 운동세력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주부터 자신의 슬로건인 ‘역동적 복지국가’ 구상과 부유세를 정교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만나는 외부인사도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이 대표(제주대 교수), 윤종훈 회계사 등 관련 전문가들이다. 한 측근은 “복지정책의 재원 확보를 위한 부유세 등의 문제로 장시간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전북 전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주변 지지자들이 대선 도전을 권유하고 있다”며 “도전에 앞서 대중성을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 않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총선과 관련해선 “약속대로 수도권에 출마하겠다”며 지역구(무주·진안·장수·임실) 불출마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정 최고위원은 오는 7일 서울 관악산에서 수도권의 지지자들과 함께 대규모 산행에 나설 계획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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