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려고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박 원내 “공론화는 필요” 의총 상정 암시
손 대표 강력 반대…당내 의견도 엇갈려
손 대표 강력 반대…당내 의견도 엇갈려
개헌을 두고 15일 민주당 지도부가 미묘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가 개헌을 ‘정권연장용 술책’으로 규정한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논의는 해볼 수 있다”며 여권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회 개헌특위 구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표 취임 이후 개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온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개헌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어 “실정을 호도하고 정권연장을 위한 술책으로 개헌을 한다면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권 일각의 개헌론을 의도가 불순한 ‘정략’으로 단정했다. 손 대표는 당 지도부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8월말 광주 방문 때도 “개헌은 정부의 민생파탄과 실정을 호도하고 정권연장을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며 “(여권의) 개헌시도에 야합하는 행위가 있다면 민주세력의 적이 될 것”이라고 민주당 한쪽의 개헌론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에스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개헌 찬성론자’임을 거듭 밝히며 개헌 공론화를 위한 국회 개헌특위 구성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바로 개헌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 여기에서 한 번 논의를 해보자, 이것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개헌특위 구성을 위해서는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지도부 의견보다 당의 87명 의원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개헌특위 구성 여부를 의원총회 논의에 부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국회에 개헌특위가 개설되면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진다는 점에서 그동안 야당은 개헌특위 구성 자체를 금기시해왔다.
지도부의 ‘개헌 파열음’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먼저, 개헌이 최대 이슈로 떠오를 향후 정국에서 당의 행동반경을 넓히기 위한 지도부의 역할 분담이란 진단이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지도부 안에 개헌과 관련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게 당으로선 꼭 나쁜 게 아니다”며 “저쪽(한나라당) 친이-친박의 개헌 갈등이 더 첨예해지도록 외부에서 흔드는 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의 분열을 노린 일종의 ‘교란전술’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려의 시각이 더 많다. 또 다른 고위 당직자는 “일부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나라당도 정리가 안 돼 있는데, 우리가 먼저 자중지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개헌 찬성론자’로 분류되는 이낙연 사무총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개헌론을 둘러싼 여권의 혼선이 점입가경이다. 이제 가부를 정리할 때가 됐다. 여권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여권에 개헌논란의 조기 매듭을 요구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